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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결심 76% "가격 부담" … 흡연자 27%는 "담배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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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치과의사 최모(29·경기도 구리시)씨는 새해를 맞아 10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스무 살 때부터 매일 열 개비 이상 피워온 담배를 새해 들어 나흘째 피우지 않고 있다”며 “담뱃값이 인상되고 금연 구역도 갈수록 늘어나 이참에 금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부터 담뱃값이 종전보다 2000원 오르면서 금연에 동참하는 애연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새해 담배 판매량도 급감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1월 1~3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8% 줄었다.

 본지가 전국 성인 남녀 흡연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뱃값 인상 조치가 흡연 억제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63.9%가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담배를 끊었거나 앞으로 끊을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은 본지 여론조사팀이 인상 조치를 전후한 사흘(12월 30일~1월 1일) 동안 실시했다.

 담배를 이미 끊었거나 끊으려는 응답자가 밝힌 금연 이유(중복 허용) 1위는 ‘담뱃값 인상이 부담돼서’(75.6%)였다. ‘건강을 위해’(57.7%), ‘가족과 주변 사람 권유로’(14.2%), ‘식당과 카페 등 금연 구역이 확대돼서’(10.5%)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특히 월소득 100만원 미만 흡연자의 68.4%, 101만~200만원 구간의 71.2%가 이미 금연했거나 금연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담뱃값 인상이 상대적으로 저소득 흡연자에겐 주된 금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값 인상은 또 당장 끊지는 못하더라도 흡연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인상 조치 발표 이후 아예 끊은 10.6% 외에 흡연자의 26.7%는 흡연량을 줄였다고 답했다.

 담배를 끊지 않는 이유(중복 허용)에 대해서는 ‘노력해봤지만 잘 안 돼서’(54.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42.4%)가 차지했다. 이처럼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만큼 혼자서 끊기 어렵다. 의지만으로 어려울 땐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흡연자는 현재 보건소를 통해 금연지원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 오는 2월부터 일반 병·의원에서도 금연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 해 두 번에 한해 금연 비용의 30~70%가 지원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의사) 회장은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으며 껌이나 알약, 패치 형태로 된 니코틴 대체제를 함께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며 “금단증상이 심할 경우엔 금연 약품인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을 처방받아 복용하는데 이 경우 금연 성공 확률이 4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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