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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박근혜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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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현지시간) LA 옥스퍼드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LA 한인동포 환영회’에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연합]

방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저녁 로스앤젤레스의 옥스퍼드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LA 한인 동포 환영회'에 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동생 지만씨 결혼식에 한복을 입은 적은 있으나 공식 외부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것은 197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퍼스트 레이디 역을 대행할 때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해외에 계신 동포들이 조국을 그리워하니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기 위해 한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원래 워싱턴과 뉴욕 일정에서도 한복을 입으려 했으나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 시간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60~70년대 미국 땅에 건너온 많은 교민은 "생전의 육영수 여사를 보는 것 같다"며 감회를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22일 7박8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면담 인사 등 외형만 놓고 보면 이번 박 대표의 방미는 과거 이회창 전 총재(2002년)나 최병렬 전 대표(2003년) 때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박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대북 문제에 대한 '초당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과거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전 총재는 미국에서 "현 정부가 성과에 집착해 햇볕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국민적 합의가 무너졌고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며 김대중 정부를 공격했고, 최 전 대표도 "노무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과 구애는 북핵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 대표는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북한과의 진실한 대화에 좀 더 전향적 자세로 나와야 한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무게를 실어줬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까지 거론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뜻도 밝혔다.

박 대표 본인은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에선 박 대표가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노선 변경이 가뜩이나 시끄러운 당내 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력이 힘에 부치는 시점에 야당 대표가 초당적 외교 노력을 보여준 것은 박수받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A=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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