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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담당업체, 상담실 운영실태|해외근로자부인들의 탈선위험|가족들끼리 교류넓혀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해외취업인구가 20여만명에 이르고 있는 요즈음 해외근로자 가족을 위한 업체들의 상담실 운영이 크게 부각되고있다.
해외취업자의 가정보호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이 상담실은 가족들의 고민상담 및 질병치료·채권재무·취업사기 등의 제반문제를 처리하는 곳.
상담실운영내용과 해외근로자 가족들의 고민 생활상을 조명한다.
현재 해외취업담당업체는 50여개. 76년 중동취업을 시발로 77년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하여 기능공의 해외취업이 크게 신장했다.
해외근로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정문제에 집중되어있다. 이들이 가족들과 나누는 유일한 의사소통은 서신교환. 주당 평균 2∼4통의 서신이 왕래되며 본국에서 지급되는 급료의 저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근간 물의를 빚은 일부가족들의 탈선은 가장의 송금으로 갑자기 경제적 여유가 생긴 탓』이라는 유진규실장(동아건설 상담실)은 해외취업자 가족들끼리의 교류가 탈선방지에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한다.
그 한 예로 동아건설에서는 해외근로자 모범가족에 대한 모범사례발표와 위로관광, 사보를 통한 유대감 형성으로 대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근로자들의 친숙도는 비행기동기끼리의 계모임조직·내무반동기·업종별동기순. 이에 따라 가족들끼리도 유대감이 형성되어 편지왕래나 전화교환으로 가족모임이 이루어진다.
이라크현장에 취업한 현대건설 정비공 유호상씨(43)의 부인 서광숙씨(34·김포군)는 『한국을 출발할때의 남편 비행기동기생 부인들과 서신연락을 취해 남편의 윌급전액을 저축, 자신들은 부업으로 남편의 노고에 보답하기로 의견의 합치를 보았다』면서 일일공부를 배달해 모은 돈으로 목욕탕을 신축,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상담실에서는 1년에 2∼3회 가정을 방문, 저축액의 확인과 가족을 중심으로한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된 상담실업무는 친지가 고발하는 배우자 탈선문제를 비롯해 질병치료, 재해발생, 채권채무, 해외근로자연락, 취업사기, 저축상담, 증명서발급, 생활지도 및 법률문제. 현대건설은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남편에게 편지를 자주 하도록 편지봉투(20장)도 무료로 전달해주고 가족간담회개최·수기모집을 함께 시행하고 있다. 『급료는 대부분 재형저축과 새마을금고 적금으로 유도한다』는 염규상과장(현대건설 상담실)은 『상담실은 부재중인 남편의 역할을 아내가 담당하도록 최대한의 협조책을 강구한다』며 해외근로자 가족들의 대부분은 내집마련과 시부모봉양 자녀교육 등으로 건실하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전한다. 그 결과 수기내용도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또순이 형보다는 밝고 건전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평범한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고.
리비아에 취업하고 있는 토공의 아내 한기숙씨는 친정부모와 시부모를 함께 모시고 연탄배달을 하면서도 가족소식을 자세히 쓴 일기를 주2회 빠짐없이 보낸다면서 남편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돈을 낭비하는 것 못지않게 아내들이 명심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리비아에서 덤프트럭 운전원으로 일하는 노강의씨(43·현대건설)의 부인 구연숙씨의 경우 사업실패로 남편은 빚을 갚기위해 지난 77년 해외취업으로 출국했다. 관절염으로 기동이 불편한 시어머님과 남매를 보살피며 남편이 보내준 윌급을 알뜰히 모아 첫출국 1년만에 모든 빚을 갚고 3년째부터는 2천5백만원 상당의 집도 마련해 올해말 남편이 귀국할 즈음이면 트럭구입도 가능할것 같다고 한다.
구씨는 남편이 없는동안 보험회사 외무사원으로 일하면서 저축을 열심히 하고 남편이 집안 걱정없이 마음놓고 일할수 있도록 틈틈이 자주 편지를 쓰는데 『내조하고 싶은 욕심뿐, 전혀 딴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염과장은 해외근로자 가족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기를 당부한다. 즉, 남편이 송금한 돈으로 계를 붓는다든지, 이자돈을 주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고 싶다는 것.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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