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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박 대통령 대 이었다"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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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월 13일자 15면에 '박정희 전 대통령 집안에 대 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개인적으로는 '박지만씨의 순탄치 못했던 인생이 이제야 제 길을 찾아 풀려가는구나, 박근혜 대표도 얼마나 기쁠까'하는 생각에 축복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기사 제목과 일부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대를 이었다'는 표현은 괜찮지만 '박 대통령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박재옥씨가 세 자녀를 두긴 했으나 이들은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모두 외손이다'라는 표현은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요즘 세상에는 맞지 않는 표현으로 느껴졌다.

딸은 여전히 '출가외인'이기에 대를 잇지 못한다는 말인가. 본인도 친정 어머니로부터 "네가 아들로 태어났더라면…"하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다. 공들여 키우고 가르쳐도 딸은 출가외인이기에 결국엔 다 소용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16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친정 부모님들에게 '출가외인'이 아닌 애틋하고 귀한 자식이다. 부모님께 느끼는 책임감에 있어서도 아들 형제와 다르지 않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도 내 대가 끊겼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자와 난자 반반씩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 아기는 딸이건 아들이건 똑같이 부모의 핏줄을 이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렇다면 외손 역시 대를 이은 것 아닌가.

그리고 '아들로만 대를 잇는다'고 생각한다면 자녀가 하나뿐인 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세태에 곧 많은 가정의 대가 끊길 것이다. 아들과 딸이 모두 권리와 의무를 함께 나누는 세상이 되려면 '남자만 대를 잇는다'는 생각을 우리 부모님들의 대에서 끝내야 한다.

이정옥 경기도 산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