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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목표는 좋지만 … 내용·핵심과정 생략된 채 의지만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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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법이 미래형이라면 진단과 평가는 현재형이다. 10명의 역대 통일·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아쉽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남북관계 정책과 관련해 정세현 전 장관은 “시험으로 치자면 ‘18번 박근혜’라고 이름만 써 두고 나머지는 모두 빈칸”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쉬운 일부터 시작해 어려운 일을 추진해 가겠다는 정책을 세웠을 때 비핵·개방·3000을 거꾸로 접근하겠다는 것이어서 기대를 했지만 점점 조건이 붙고 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이종석 전 장관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목표는 좋지만 내용이나 과정이 생략된 상태에서 의지만 가지고 정책을 내놨다”고 평했다. 강인덕 전 장관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며 “젊은 층이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이나 북한에 대해 핵 폐기 원칙 등을 세운 점은 긍정적이지만 통일로 가는 핵심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융통성을 발휘하되 실감나는 현실적인 정책을 통해 강력한 압박이든, 대화든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류우익 전 장관도 “언제부턴가 정부가 ‘통일 정책=대북 정책’이라는 함정에 빠졌다”며 “통일 준비를 우선순위에 올린 건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문제”라고 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 이정빈 전 장관은 “외교를 중시한 역대 정부를 꼽으면 이승만·최규하·김대중·박근혜 정부로,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의 경험을 살려 정상외교를 잘해 왔다”며 “하지만 일본에 대한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건 아쉬운 점”이라고 평했다. 한승주 전 장관도 “박근혜 정부 외교라인의 특징은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정책을) 예상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융통성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외교안보라인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대통령께 권유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외교와 통일을 융합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큰 디자인이 없다 보니 정책 엇박자가 나온다”고도 했다.

 정치권 일부에서 제시되는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이종석 전 장관은 “대통령이나 안보실장 등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할 사람들이 조율을 잘 못하고 있다”며 “국가안보회의(NSC) 안에서 통일부·외교부·국방부의 이야기를 조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류우익 전 장관도 “새해가 정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해인 만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명환 전 장관 등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교체론을 반대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 외교안보팀장, 정용수·유지혜·유성운·정원엽·위문희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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