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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번 서독 총선에서 드디어 빚을 본 녹색당은 우선 당명이 암시하듯 전원적인 무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음성으로 보아 서독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당명조차 이채로운 녹색당(Die Grunen Parter)은 한마디로 경경 보호주의자들의 모임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일체의 정부 정책에 행동으로 반대하는 단체.
환경론자들(ecologists)은 지구의 생상계를 최대한 보전하자고 주장한다.
이같은 사조는 미국과 유럽에 광범위한 지지증을 확보하고 있다.
81년의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들을 대변하는 입후보자가 있었다.
특히 서독에선「페트라·겔리」라는 미국식 이름을 가진 한 젊은여성의 주도로 환경보호론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올해 35세의 「켈리」는 서독에 주둔하던 한 미육군 대령의 수양딸, 5년전 그녀가 주도한 녹색당에는 여러 그룹의 생태학자, 사회학자, 여성해방론자, 군축론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지지기반은 기존정당에 실망한 20대들.
녹색당의 유세장에는 으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젊은이들이 모여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녹색당의 후원자 가운데는 「하인리히·필」같은 저명인사도 많다.
녹색당의 이념은 매우 과격하다.
미 핵미사일 배치 반대, 나토로부터의 즉각 탈퇴, 동·서독의 중립화,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 저소득층의 최저임금보장, 국방비 삭감, 원전 반대 등이다.
그들은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 회복을 위해선 현 산업체체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녹색당의 창당 동기도 바로 초년 서독을 휩쓴 원전 반대운동이었다.
당시 함부르크, 브레엔, 슈루트가르트, 뉘른베르크의 일부 시민들은 전기요금 고지서의 90%만을 납부하고 10%는 원전 건설 반대 투쟁기금으로 돌렸다.
이같은 전기요금 보이코트는 『아톰 슈타트(원단국가)』에 항의하자는 것, 이들은 모아진 투쟁 기금으로 태양열 발전소의 건설을 추진했다.
이들의 정책이 차례로 실현되면 서독은 선진권에서 멀어져 갈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들과 정강정책이 비슷한 서민당조차 이들과의 연합을 두려워할 정도다.
녹색당은 이미 80년 선거에서 의석확보가 예상됐었으나 지지율이 l.5%에 그쳤었다.
이번의 의석확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독의 경제위기가 한몫을 했다고 본다.
녹색당은 국방비를 대폭 줄여 환경정화, 공공서비스 개선 등에 30억 달러릍 투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에선 녹색당의 이념을 탁상공론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기존정당이 난제해결에 실패할 경우 그들의 구호는 더 선선하게 들릴지 모른다.
비단 서독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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