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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기 '희망 보고서'] 부원광학 박춘봉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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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부원광학㈜의 박춘봉(71.사진) 사장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을 찾았다.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광학렌즈 시장에 뛰어 들어 10년전부터는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세계 20개국이 부원광학의 수출 시장이다.

국산 디지털 카메라.복사기.감시용 카메라.프로젝션TV.스캐너 등의 제품에도 이 회사의 렌즈가 널리 쓰인다. 박 사장은 "살아남기 위해 세계 시장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부원광학은 1991년 국내 최초로 복사기 렌즈를 양산했다. 그러나 바로 경기불황이 닥쳐 복사기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공장문을 닫을 처지까지 몰렸다. 탈출구는 수출이라고 여긴 박 사장은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는 "일본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4년 일본 교세라에 팩스용 렌즈를 처음 수출했다. 연간 매출액이 1조1000억엔에 달하는 교세라에 납품하면서 부원광학의 렌즈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일본시장 공략은 만만치 않았다. 박 사장은 "샘플 테스트에서 불량이 생기면서 수출 제품 상당량이 반품돼 오는 일이 빈번했다"며 "당시 회사 간부들이 까다로운 일본 수출을 그만 두자며 아우성을 쳤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생산제품 전량을 검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춰 불량제품을 줄였다. 교세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때 일본 렌즈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일본시장을 뚫고 나니 미국.대만.스웨덴 등 다른 해외 시장을 뚫기가 쉬웠다. 2000년에는 매출의 90%를 수출로 올렸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또 어려움을 겪었다. 광학렌즈는 대부분 정보기술(IT) 제품에 장착된다.

회사는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비용절감과 경영혁신 없이는 생존자체가 어려웠다. 박 사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도움을 받아 2002년에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대량 생산체제를 갖췄다.

국내 공장은 고기능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했다. 부원광학은 최근 원화절상으로 이번엔 내수 비중 확대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액은 매출의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 사장은 육군 포병 장교 출신이다. 제대 말년에 국방대학원에 근무한 것이 인연이 돼 방위산업체인 '한국광학기술개발'이란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 중이던 복사기 렌즈 사업을 포기하자 직원 10여명을 데리고 나와 91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매출은 140억원이다. 국내 광학렌즈업체중 1위다.

글=최준호,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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