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들 "맥아더 동상 미국 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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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등 5명의 미 의원이 15일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면 차라리 미국에 넘겨 달라"는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데 대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즉각 답신을 보냈다. 반 장관은 16일 뉴욕에서 "동상 철거나 훼손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정부 입장을 담은 서한을 하이드 위원장에게 보냈다"며 "이는 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서한에서 "하이드 위원장의 우려와 실망을 이해한다"며 "동상 철거 시도는 한국인의 성숙한 역사의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동상 철거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청와대 측은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나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맥아더 장군의 헌신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 장관은 "한국 정부와 국민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미 국민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며 "일부의 유감스러운 행동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이드 위원장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상 철거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면 미국인에게 차라리 동상을 양도해 줄 것을 정중하게 제의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서한엔 대너 로흐라바처.에드 로이스 등 동료 의원 4명도 서명했다.

이와 관련, 하이드 위원장의 보좌관인 데니스 헬핀 하원 전문위원은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내 진보 세력이 미국에 가장 슬픈 날인 9.11 기념일에 맞춰 의도적으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시위를 벌인 데 대해 미국인은 경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동상이 철거되고, 한.미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드 위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맥아더 장군 밑에서 장교로 복무했고, 함께 필리핀 전투를 치렀다"고 소개했다.

헬핀은 "한국 정부가 하이드 위원장의 서한에 신속하게 응답했다"며 "답신을 계기로 한국에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욕=강찬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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