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요틴이 뭐기에…한의계 '환호', 의료계 '분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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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규제 기요틴 과제 방안에 대해 한의계와 의료계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추진이 과제 방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앞서 28일 국무조정실은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하고 총 114건의 규제기요틴 과제의 개선을 추진키로 확정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규제 개선 과제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원격진료 허용, 메디텔 설립기준 완화, 비의료인의 척추교정치료‧문신 허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한․양방 이원화체계의 특성과 국민의 요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침마련 △2015년 상반기까지 의료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진단․검사기기 명확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의협 "국민의 80% 이상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원해"

이같은 발표에 한의계는 30일 “우리나라 의료사에 큰 전환점이 될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고 산업발전에 저해가 되지 않는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규제기요틴’에도 가장 부합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여론 또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원하고 있다는 게 한의협측의 입장이다.

실제 한의학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한의사가 X-ray, 초음파, 혈액검사와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혈액검사기의 경우 국민의 85.3%, X-ray는 82.3%, 초음파영상진단기기는 79.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다.

한의협은 “현재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되어 환자가 한의원을 내원했을 때 긴급질환인지 여부를 확진하지 못하거나, 양방의료기관에서 각종 검사를 받은 후 한의원을 내원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한의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한의협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 철폐가 결정된 이상 국민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토대로 한 지침과 의료기기별 사용유무를 정확히 명문화 할 수 있는 유권해석 마련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 "

한편 의료계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뿐만 아니라 이번 규제 기요틴에 포함된 보건의료 과제 방안 전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30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추진 발표는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의 민간자격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자격기본법」 등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해치고 현 의료체계에 대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거센 반발을 드러냈다.

의협은 “한방의료행위는 선조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라며 “서양 의학적 원리에 따른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고 확대하는 것은 학문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의료법의 목적과 의료행위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국가의 책무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한의사의 방사선진단‧초음파기기 사용은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비전문가인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건강 뿐 아니라 국가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처사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방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의협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학적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술기(의료기기 포함) 중 적정 수가가 책정되었을 시 비용 효과성이 담보되는 항목에 대해 급여화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한방 술기(의료기기 포함)들은 기준에 따른 체계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인 이유로, 국민 감정에 호소하여 비정상적으로 급여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의협은 비의료인의 문신‧도수치료 허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의료인에게도 침습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위의 침습성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위험성을 감안할 때 국민건강 차원에서 큰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것.

의협은 “국가가 의료행위의 행위주체를 면허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관리하는 것은 국민 건강상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은 도외시하고 일자리 창출에만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정부 발표를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만큼 중차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31일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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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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