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방송기자 토론회]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대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박근혜(사진) 대표가 15일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예민한 질문들에 정공법으로 맞섰다. 참모들이 가장 곤란하게 생각했던 정수장학회 문제가 나오자 그는 "정수장학회를 강탈했다고 하고 사회에 환원하라는 엉터리없는 주장을 여당에서 한다"며 날을 세웠다.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니 전부 사회에 환원한 상태"라며 "강탈했다고 하는데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또 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노 대통령 제의의 진정성에 대한 견해를 묻자 "대통령이 말을 바꿔 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처음 연정을 제의할 때는 '여소야대라서 나라를 끌고 가기 힘들어서'라고 했는데 그 다음에 바뀌어서 갑자기 지역구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제안이라고 툭 던져놓으니 '안 됩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평소답지 않게 공격적인 어휘들을 구사한 박 대표지만 동생 박지만씨의 아들 얘기가 나오자 톤이 누그러졌다. "기쁘게 생각한다. 동생이 어려운 시절을 겪었는데 많은 국민이 자신의 친척같이 걱정해 주셨다며 웃었다.

◆ "대통령제엔 소선거구제 적합"=박 대표는 또 "대통령제에선 소선거구제가 맞다"며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기 대선에 관해선 "대선을 2년반이나 앞두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면서도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한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투철한 국가관▶탈 정치▶세대.이념 갈등 통합▶외교력▶공동체에 대한 관심 등을 필요 덕목으로 제시했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섰으니 과학기술에 식견이 있고 키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박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한 평가도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추진력이 뛰어난 분",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경제적 식견이 참 많으신 분", 고건 전 총리는 "경험이 풍부하시지 않은가"라고 각각 언급했다. 박 대표는 이날 종합부동산세 및 감세 문제를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일일이 제시하는 등 정책에 대해 많이 준비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박 대표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대표의 보유세 계산법, 정수장학회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