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 6자회담이 마지막 기회임을 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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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단계 6자회담이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를 미국이 일축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단계 회담에서 평화적 핵 이용과 이에 따른 경수로 사용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과거 북한의 약속 위반'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한.미가 절충을 벌여 양보안을 마련했다. 북한이 모든 핵의 포기, 핵확산금지 조약 복귀 등의 조치를 취하면 평화적 핵 이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담 개막 전까지는 타협의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북한이 회담 벽두부터 '경수로 제공이 합의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당초부터 '경수로 불가'라는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무시하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핵 포기의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경수로 확보를 통해 '최후의 핵 카드'는 남겨두면서 얻을 것은 극대화하겠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미를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의 선의를 계속 무시할 경우 북한은 '모든 것을 잃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미국의 달라진 협상 전략에 유념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상당 부분 미리 주었다. 북한이 주권국가라고 인정했고, 침공할 의사가 없음도 천명했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대규모 경제 지원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경수로 제공을 들먹여 회담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이번에도 아무런 합의가 없으면 북핵 문제는 정말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시간을 끌어가며 엉뚱한 조건을 내세우는 꼼수로는 그들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물 건너 간다는 점을 명심하라. 한.미도 이번엔 단호하게 대응해 북한이 이런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