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시훈과 뤄시허의 대마 살육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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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 유시훈(일본) ● .뤄시허(중국)

▶ 장면1

▶ 장면2

▶ 참고도

유시훈은 초등학교 시절 이창호와 경쟁했다. 이창호가 조훈현 9단의 제자로 들어가자 유시훈은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프로가 됐다. 잇따라 타이틀을 따내며 조치훈 9단의 뒤를 잇는 새로운 한국인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긴 이국생활에 지친 탓일까. 최근엔 슬럼프에 빠진듯 좋은 소식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번엔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삼성화재배 예선에 참가했고 준결승에서 중국의 유망주 셰허(謝赫) 6단을 꺾으며 왕년의 위용을 보여줬다. 셰허는 2003년 삼성화재배 본선에서 이창호 9단을 꺾고 4강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던 신흥강자다. 한데 결승전의 상대는 중국의 유명한 감각파 뤄시허(羅洗河) 9단.

<장면1>=흑의 뤄시허 9단은 엄청난 속기파다. 자신의 재주를 너무 과신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는 지금 백의 대세력 속에서 너무 방자하게(?) 움직이다가 대마를 죽이고 말았다. A와 B가 맞보기여서 거대한 대마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109로 움직인 것은 이곳 백 대마를 잡으려는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이 대마는 탄력이 풍부해 참고도 백1에 붙이기만 해도 백7까지 가볍게 두 집을 낼 수 있다. 한데 이 장면에서 유시훈의 발이 꼬이기 시작한다.

<장면2>=유시훈 9단은 114의 날일자로 두었다. 순간 115, 117이 재빠르게 떨어진다. 118로 이을 수밖에 없었고 눈깜짝할 새 한 눈이 거저 날아갔다. 120도 121쪽으로 막는게 쉽게 사는 길이었다. 121이 오자 그토록 풍부하던 백의 탄력이 90% 가까이 사라졌다. 이제 백 대마의 생사는 어찌 되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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