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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과 100분 토론 … 갈등 없는 청정댐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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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천댐·봉화댐·대덕댐 등 3개 댐이 사전검토와 지역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던 새로운 댐 사업절차를 적용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주댐. [사진 K-water]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댐 건설에 새 장이 열리고 있다. 원주천댐·봉화댐·대덕댐 등 3개 댐이 ‘선(先) 지역 합의 유도, 후(後) 계획 확정’ 방식의 댐 사업절차를 거쳐 다음 단계의 절차를 밟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선 지역 합의 유도, 후 계획 확정 방식의 댐 사업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세 댐은 소규모 댐임에도 이 방식이 적용된 첫 사례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댐 건설사업은 그동안 공공 갈등의 원인 중 하나였다. 개선된 댐 사업절차는 댐 건설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사회 통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댐 사업절차에선 선 지역 합의 유도, 후 계획 확정이라는 기본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기본구상 단계와 타당성 조사 단계 사이에 사전검토협의회를 통한 사전검토와 지역 의견 수렴 등 갈등 조정을 위한 절차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댐 사업계획 단계부터 신규 댐 건설과 관련해 발생의 소지가 있는 갈등을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화합을 기반으로 댐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댐 사업절차를 개선한 이유이다.

 ◆댐 사업절차 지역 주도로 투명하게=국토교통부는 작년 6월 댐 사업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댐 건설 장기계획에 포함된 14개 댐 모두에 대해서 예외없이 개선된 댐 사업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선된 댐 사업절차가 적용되면서 기존에는 7단계였던 댐 건설사업 추진 절차가 10단계로 늘어나며 더욱 까다로워졌고 투명해졌다. 사전 검토를 대폭 강화해 최초 댐 계획 구상 단계부터 환경·경제·문화·국토이용 등 다각적 측면에서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고 댐 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분석하게 됐다. 이를 위해 사전검토협의회를 신설했으며, 사전 검토 과정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다. 사전검토협의회는 중앙과 지역의 전문가와 NGO, 관계 부처, 지자체 등의 관련 인사 등 40명 내외로 구성되며, 지역 수용성과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 후에 권고안을 제시한다. 또 댐 건설에 대한 지역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역 의견 수렴 절차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실시하던 주민설명회를 조사 이전에 실시하는 것으로 시행 시기를 앞당겼다. 지역 의견 수렴을 위한 대상과 방법은 시장·군수가 주관하는 지역협의회에서 결정한다. 주민설명회·공청회·여론조사 등을 통해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이 주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도록 했다.

 민주적인 갈등 조정 프로세스의 제도화도 댐 사업절차 개선의 중요한 부분이다. 댐 건설에 관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 등 갈등 해결 노력을 기울이며, 중앙정부는 국민 안전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갈등 중재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또 새로운 댐 사업절차를 발표하면서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 전에 갈등 발생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 해소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도 물 관련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존의 유역관리 협의기구를 상설 운영하고, 수자원 기초조사 및 계획 수립 시 NGO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지역·시민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3개 소규모 댐, 갈등조정 단계 마쳐=원주천댐·봉화댐·대덕댐에 대한 사전검토협의회는 2013년 12월부터 7개월 동안 운영됐다. 전체 및 분과 회의, 기술 검토와 현지 조사 등 10여 차례에 걸친 회의와 검토를 통해 댐 사업의 필요성, 대안, 사회적 수용성을 원점에서 검토했다. 그 결과 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사회적 수용성도 양호해 사업 추진이 타당하다고 판단, 국토교통부에 권고안을 제출했다.

 사전검토협의회 완료 후에 각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지역협의회를 구성·운영했으며,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재해 예방 등을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 세 댐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지난 10월까지 개선된 댐 사업절차를 모두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원주천댐과 봉화댐은 타당성 조사를, 대덕댐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 현재 문정댐은 갈등조정 절차의 초기 과정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어 달산댐·영양댐에 대해 순차적으로 개선된 댐 사업절차에 따라 사전검토협의회와 지역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선된 댐 사업절차는 계획 단계부터 시작해 사전에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토된 자료가 타당성 조사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회의와 현지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운영 기간이 너무 길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실질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사전검토협의회와 지역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위원 선정의 객관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개선된 댐 사업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댐 건설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승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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