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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불만 끈 투기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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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돈의 흐름이 작년 말부터 심상찮았다. 아파트에서 증권시장으로 돌아와 잔뜩 주가를 부추겨놓더니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가 서울 근교와 대전일대의 논·밭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숨어들었던 아파트 투기가 한달 남짓 후에 토지 투기로 다시 기세를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몇 가지 일이 타이밍을 맞춰줬다.
『금리를 내렸으면 내렸지 절대 올리지 않겠다』『대전시 확장계획발표』『배당률도 은행금리 수준에 맞춰라』『제주도를 대대적으로 개발한다』…
전주들 사이에는『역시 땅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더해갔다. 토지로 옮겨붙은 투기는 규모나 폭이 전번의 아파트 몇 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달 사이에 감절 장사를 하는 등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작년 10월 아파트 투기 때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던 당국의 엄포 따위는 일소에 붙여졌다.
늘 그렇듯이 한 박자 늦게 정부는 합동조사반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당초 정부판단으로는 작년 가을의 아파트 투기가 강력한 단속으로 상당히 누그러졌고 다시 살아나더라도 오는 봄쯤이라는 느긋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간단히 빗나갔고 정작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에 이 난리를 피우지 않았는가.
정부도 투기양상이 지난번 아파트 투기 보다 더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 역시 강도를 높여 고단위 처방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처럼 엄포를 놓았는데도 이처럼 보라는 듯이 투기가 횡행하고 있으니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사방에서 구했다.
『도대체 부동산 경기를 가지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발상부터가 잘못이예요-』『이번 기회를 통해 아예 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자체를 없애 놓아야 합니다-』관계실무자들의 톤은 한층 높아졌다. 비록 늦었지만 강력한 대책용 마련해야 한다는데에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 종전까지 늘 온건론을 견지해 오던 건설부 쪽까지 토지거래 허가재를 들고 나오는 등 강경론으로 선회했다.
원래 급선회하는 경우일수록 강도가 더 세어지게 마련이지만-.
그러나 누구도 원인 처방에 대해서는 별로 입을 떼려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가 근본적으로 왜 일어나고 있는지, 돈의 흐름이 왜 자꾸만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지, 부족한 주택공급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특히 논리의 전개가 현재의 저금리로 연결되는 한 아무도 거론할 엄두를 내지 않았다. 지금도 금리문제는 여전히 고양이목의 방울 격이다.<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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