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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통진당 해산’ 보도, 치우치지 않은 시각 돋보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7호 30면

12월 21일자 중앙SUNDAY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1면 톱기사에 이어 3면에서는 헌법재판소 선고에 대한 상반된 시선과 세간의 평가를, 4면에서는 보수·진보 성향 두 헌법학자의 대담을, 5면에서는 헌재 결정에 결정적 증언을 한 ‘주사파 대부’ 김영환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오피니언면 외교·안보 에디터의 칼럼도 있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입장에 따라 전혀 판이한 해석이 가능한 주제임에도 중앙SUNDAY는 이 사안을 다루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자신의 당파성에 따라 입맛대로 해석하는 게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이토록 중심을 잡아주면서도 균형감과 깊이감을 고루 충족시켜 주었다는 건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이슈도 화두로 던졌다. 대체 정당을 어떻게 다룰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어떻게 임명해야 할지, 정당 해산심판을 누가 청구해야 할지 등이다. 개인적으론 정의당 관계자의 견해가 궁금했는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건 결정문이 347쪽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간단히 요약하고 쟁점별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정리해 보여주었으면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결정문에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 등 쟁점별로 서술돼 있었으니 말이다. 두 헌법학자의 대담은 쟁점별로 이끌지 않아 다소 두서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사람 누군가가 나폴레옹 모자를, 그것도 몇 십개 되는 것 중의 하나를 샀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모자를 수십억원에 샀다고 하길래 무모한 것 아닌가 했는데, 12면에 그 주인공인 하림 김홍국 회장 인터뷰가 실렸다. 기자가 전한 김 회장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폴레옹 모자의 가치가 26억원 이상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성 따라 일하다 보면 창의력이 생긴다. 연구하기 때문이다”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흥미롭고 날카로운 질문 덕인지 인터뷰가 생동감 있게 전달됐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면서 죄송한 마음을 가진 독자가 적지 않을 듯싶다. 그런데 25면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에서는 손주 돌보는 조부모는 언어 관장 두뇌 부분이 활성화돼 치매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28면 ‘세상을 바꾼 전략’ 코너에서는 120년 전의 드레퓌스 사건을 다루었다. “진실은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 대중은 간혹 다수결로 진위를 판단한다” “마녀사냥에 박수 치지 않으면 마녀 편에 선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압력이었다” “양극화된 진영 간 소통은 논리보다 기 싸움이다” 등의 구절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신현영 변호사.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기업 자문을 하고 있고 특히 정보기술(IT) 산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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