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인상은 확실… 관심은 폭에|생산량-값 놓고 마지막 진통 겪는 산유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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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원유가가 인하를 의한 마지막 진통을 하고 있다. 현물시장가격이 공식가격보다 최고 6달러나 떨어지는가 하면 OPEC의 1일 산유량은 지난달의 1천7백만 배럴에서 최근에는 1천6백만 배럴로 떨어졌으며 며칠 후에는 최저수준인 1천5백만 배럴까지 곤두박질 질 것으로 국제 석유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OPEC특별협의회가 결렬된 이후 세계경제의 신경은 어느 나라가 유가전쟁의 이니셔티브를 잡을 것인가에 쏠려왔다. 그런데 현 유가전선은 엉뚱하게도 소련에 의해 붕괴되었다. 지난 1일부터 1배럴에 2달러15센트 내려 29달러35센트를 받겠다고 실언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장기공급계약에 대한 것이었다. 뒤이어 이집트도 최고2달러씩 내렸다.
가장 당황한 나라는 OPEC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 OPEC 산유국 중 생산량이 많은 영국이다. 두 나라 모두 누가 먼저 유가인하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느냐를 놓고 고심해온 처지다.
값을 내리라는 메이저들의 입력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셸과 텍사스 오일은 영국 국영 석유회사가 가격인하를 단행하지 앉는다고 원유도입 계약을 취소시켰으며 걸프오일은 나이지리아산 원유의 인수를 중단시켰다.
유럽 석유회사들은 조만간에 유가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최근 탱크에 저장해 두었던 기름을 하루 3백만 배럴씩 방출함으로써 현물시장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아직은 OPEC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유가전쟁의 기폭제가 될 공식 석유값 인하 발표를 주저하고 있다.
작년 7월과 12월에 이어 지난 1월 OPEC회의가 연속 3차례나 결렬되자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칠 대로 지쳐 최후의 선까지 물러나 앉았다.
1차 석유위기 때 움켜쥐었던 OPEC의 가격결정권이나 2차 석유위기 때의 생산·판매결정권까지 몽땅 빼앗긴 입장이지만 회원국들이 협상에 응해주기를 바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는 13일 오만에서 열리는 페르시아만 협의회(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이란 이라크 등 6개국)는 이러한 암중모색 전략의 하나다.
석유생산 상한선이나 나라별 생산량 배정계획이 계속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은 원유 기준가격을 배럴 당 34달러에서 30달러로 4달러 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실 원유가 인하는 시간문제라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명분만 찾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원유품질에 따른 가격차이에 합의한다면 현 유가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나 그러한 분위기는 아직 성숙되지 앉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산 경질유의 가격을 현행 34달러 그대로 두고 고급원유인 나이지리아산에 대해서는 이보다 3달러50센트 더 높이 책정(현재는 1달러50센트)해서 OPEC의 안정된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자는 심산이다.
경제개발에 의욕적인 나머지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여온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요도 감퇴하는데 가격까지 늪이 책정하면 판매감소로 세수가 줄어들어 경제가 더욱 핍박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를 극력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나이지리아에 장기 저리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했으나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같은 품질의 북해 원유가 오히려 자국산보다 싸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용 갖추기 위해서는 값을 내리지 앓고는 어절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유가전쟁의 기폭제는 재정이 취약한 나이지리아가 될 것이며 나이지리아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도 마지못해 34달러에서 30달러로 값을 끌어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르고있다.
지난79년 1일 3천만 배럴에까지 이르렀던 OPEC의 석유생산량은 최근 1천6백만 배럴로 줄어들어 유가결정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이는 세계 전체 산유량 5천5백70만 배럴의 28.7%에 지나지 앉는다.
OPEC회원국 중에 사우디아라비아만은 아직도 해외에 예치한 돈이 2천억 달러나 되며 작년에 벌어들인 이자소득만 해도 1백8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생각보다는 석유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최소한 5백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은 세수 때문이 아니라 원유 산출시 부산물로 나오는 LPG가 있어야 발전소를 가동시킬 수 있다는 전력시스팀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멀지않아 배럴 당 4달러씩 가격을 인하한다면 전체 수입원유의 65%를 이들 나라에서 공급받고있는 우리 나라의 국내 석유가격은 10.4%의 인하요인을 갖게된다.
따라서 우리 나라가 지난 6일에 이어 2차 유가인하를 할 수 있는 전망이 아주 밝은 것이다. 늦어도 3, 4월중엔 2차 유가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프로판이나 부탄가격.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이 줄어듦으로써 이의 부산물로 나오는 가스가격은 오히려 값이 오르고있다.
올해 우리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들여올 LPG는 33만t인데 이미 지난달에 t당 10∼15달러씩 오른 2백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가스수입 가격도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떨어질 전망이 없다. 그러나 가스 값은 워낙 원가가 싸기 때문에 그 것이 다소 올라간다 해서 국내 가스 값을 올려야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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