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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아니? 싸이 좋아하니? 외국인에게 유치한 질문 네티즌은 말리고 싶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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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의 ○○을 아느냐”는 질문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김치·싸이·김연아·독도·축구·야구를 합성한 사진. [‘가생이닷컴’ 사진 캡처]

인터넷은 전 세계에 연결돼 있다. 그래서 Internet인데, 이제는 innernet(이너넷·내부망)처럼 돼 버렸다. 세계가 하나다. 휴대전화로 방금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진다. 막강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와 사람들에게 이 링크를 쉽게 전달하고 확산시켜 주는 스마트폰과 SNS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세계는 한국으로, 한국은 세계로’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신세대 네티즌은 이미 한국 사회를 외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줄 안다. 아르바이트생이 시급으로 받는 급료를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하기도 하고, 노홍철씨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 순식간에 전 세계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비교돼 나돈다. 여기에는 해외 현지 네티즌의 생생한 증언도 댓글로 붙는다.

 그래서 나온 해외 여러 나라의 별명이 재미있다. 우선 돈 많은 미국은 ‘천조국’이라고 불린다. 돈이 1000조원은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비하적인 표현으로 ‘성진국’으로 불린다. 성(性)적으로 앞선 선진국이라는 뜻이다. 술 좋아하고 화끈한 러시아는 불곰국, 플라타너스 잎이 국기에도 등장하는 캐나다는 단풍국이다. 중국은 대륙으로 표현하고, 우리나라는 반도국으로 부른다.

 그 외에 풍차국(네덜란드)·빵국(프랑스)·홍차국(영국)·덕국(독일)·카레국(인도)·휘바국(핀란드)·따봉국(브라질) 등이 있고 축구선수 이름을 따서 포르투갈은 날두국, 아르헨티나는 메시국 등으로 부른다. 미녀가 많은 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모로코 등은 ‘장모님의 나라’로 부르기도 한다.

 외국을 바라보는 시각 못지않게 자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우리나라 언론이 외국인에게 묻는 가장 유치한 질문으로 ‘김치를 아십니까?’와 ‘싸이를 아십니까?’를 꼽는다. 이미 인터넷으로 다 알려져 있거나 별로 관심도 없는 외국인에게 상투적으로 똑같은 질문만 던지는 언론을 조롱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질문이라고 하는데, 정답은 ‘아주 좋아한다’ 또는 ‘들어봤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곧 경험해 보고 싶다’이다. 네티즌들은 이런 식의 질문과 답변 유도를 ‘두유노(Do you know~)’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개통에 성공하고, 아시아 최초로 e메일을 보낸 디지털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우리나라 네티즌 시각은 이미 글로벌화됐다. 그래서 구태의연한 ‘한국표 애국심’ 마케팅은 통하질 않는다. 싸이는 한국인 대표가 아니라 세계 속의 인기 가수일 뿐이다. 그래서 싸이가 한국에 오는 것은 귀국이 아니라 세계 유명 가수 방한이라고 부른다. 김치 역시 세계 여러 나라 전통음식 중 하나로 좋아할 뿐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열풍에 이런 네티즌들의 인식이 들어 있다. 애국심은 ‘Made in Korea’에 있지 않고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때’ 생긴다. 내수용과 수출용 차별을 애국심으로 지켜주던 아버지세대와는 다르다. 그렇게 지켜서 키워 준 대기업의 3~4세들이 무슨 갑질을 하는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이미 세계인이다. 대기업이 ‘태극표 애국심’이 아닌 진정한 세계 최고 실력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임문영 seer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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