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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3년간 뭐 했나 구청사 상인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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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옛 천안 시청사 맞은편의 한 점포에 셔터가 내려진채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조한필 기자

"대책을 세워놓고 떠나야지 우린 어쩌란 말이냐."

12일 오후 1시 30분 천안 문화동 구시청 앞 G음식점 주인 김혜수(56)씨가 불만을 떠뜨렸다. 시 공무원 800여명이 지난주 이곳을 떠나 이사 간 불당동 신청사에서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한 상인은 "3년여전 시청 이전이 결정됐는데 구도심 활성화의 핵심 과제인 구청사 활용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못했다"며 "시가 여태껏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시 업무와 관련된 건축설계사.감정사 등 사무소까지 신청사가 있는 불당동으로 이사간지 오래다. 건물마다 빈 사무실 천지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권금례(47)씨는 "오늘은 배달 주문이 예전 30%도 안들어 왔다"며 "월세를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판매점 직원 송모(49)씨는 "상가에 비가림 시설을 해주고 주차장을 만들면 뭐하냐. 손님이 오도록 해야지"라며 "시청 터에 소비자를 끌어모을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기관들이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청사 부근엔 중앙.공설.자유 등 재래시장 3곳이 몰려있다.

시는 구청사를 '시청 2민원실'로 이름붙였다. 주민등본.여권 발급 등 각종 민원 처리와 건축.지적.세정 업무 상담 그리고 차량등록 사무를 보게 된다. 총 31명이 근무한다. 또 남은 공간엔 환경미화원, 교통단속원, 상하수도 검침원 등 200여명의 휴게실 겸 사무실이 배치된다. 구도심 공동화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런 미봉책보다 항구적인 대책을 원한다.

상인 김모(54)씨는 "시장이 주 2~3회씩 구청사에 들른다고 이 지역 상권이 유지되겠냐"며 "무엇보다 구청사 활용계획을 빨리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동 구청사 활용계획은 그동안 갈팡질팡했다.

시는 3년 전 전망대를 갖춘 '천안타워'를 만든다고 했고 2년 전엔 어린이용 시설을 중심으로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문화산업클러스터 조성계획도 추진했다. 지난 2월 충남도는 정부에 천안 일대의 문화산업클러스터 지정 신청을 했다.

기존 직산 테크노밸리와 구청사 일대를 묶어 디지털 방송.영상 관련 연구개발.창업보육 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시청(2100평)주변 땅(4200평)을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선 지정을 보류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국비 800억원대가 지원되는 사업으로 주변에 관련 기관.업체 등이 어느 정도 활성화돼야 지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12일 오전 성무용 천안시장은 '신청사 업무개시 브리핑'에서 또 다른 활용 방안을 밝혔다. 성 시장은 "연말께 정부에 2개 구(區) 설치를 제안할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구청사엔 구청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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