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표기는 타당"|강석안씨의 「한강」주장에 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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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월31일자 독자난에 실린 강석안씨의 한강을 한강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 나의 견해를 밝힌다.
한강의「한」에 대하여 우리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강은 「한가람」, 즉 큰 강의 뜻으로 옛 우리말의 「칸가라물」이라 하는데(지명연구가 배우리씨) 「칸」과 「한」은 첫째, 으뜸, 큰, 많은 등의 뜻을 가지고 있고, 신라 지증왕(지증왕) 이전까지 통치자인 우두머리(왕)를 마립간(마립간, 마리한), 거서간(거서간, 거서한)이라 불렀던 것도 같은 예로서 한자의 부내에 따라「한수」라 하였을 것이다.
삼국시대에 이미「한성」「북한산주」「한산하」 등 『한』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알수 있다. 이와함께 『한』이 우리 역사에서 사용된 것을 보며 삼국이전의 부족국가였던 마한·신한·변한의 삼한시대부터다. 그후 우도의 남쪽을 포함하여 우리나라를 한 또는 삼한이라 함으로써 『한』이 우리 국토전체를 의미하게 되었고 조선말기 고종이 자주독립국이라는 뜻에서 「대한제국」이라 한것도 대명이나 대영제국과 같이 높고 크다는 뜻이다. 정부수립후 국호를 「대한민국」이라하여 「한국」이라는 명칭과 함께 쓰여지게 된 것이므로 『한』도 「조선」과 같이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오랜 이름이 된 것이다.
또한 「한강」을 「한강」으로 바꾼다고할때 한글이나 로마자 표기는 별문제가 없으나 한자표기상 검토되어야할 것은 첫째, 한강이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명으로서 한자사용권(중국·일본 등)을 포함한 국내외에 미칠 지명표기상의 혼란, 둘째는 서울의 옛이름인 한양과 북한산 등의 「한」도 모두 「한」으로 바꾸어야 될 것이냐 하는 점, 셋째, 이것이 선례가 되어 이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전국의 다른 지명도 고쳐야될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 한강은 「한강」도 「한강」도 아닌 「한강」으로 역사속에 면면히 흘러왔다. 이제 한강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지명에 관심을 가지며, 지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곧 국토애와 한가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강석안씨에게 감사를 드리는 바다. 김기빈<국립지리원행정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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