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름 값 왜 앞당겨 내렸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빙이후로 예상되었던 유류값인하가 앞당겨 단행됐다. 작년 3월에 이어 오르기만 하던 유류값이 두 번째 내린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당국은 조만간 또 한차례 유가조정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정말 유가인상시대의 막이 내리고 인하시대가 본격적으르 시작되고 있는 것인가.
이번 유가초점의 특징은 한마디로 국제 원유값의 하락추세보다도 국내적 요인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는데 있다.
또 저물가시대를 정착시킨다는 정부의 정책의 지지가 강력히 포함되어 있다.
기름 값에 붙는 세금(특별소비세)을 깎아준 것을 주요인으로 해서 불합리한 것으로 지적되어오던 유종간의 종래 가격체제를 내부 조정하겠다는 의도가 가미되었다. 휘발유값 등이 크게 내리고 경유값 등은 소폭이나마 올린 것이 바로 그러한 결과다.
정유회사의 공장도 값의 1.68%인하 역시 원유 값에 얹어서 걷던 석유안정기금과 비축기금 부담을 줄여준 덕분이다.
어쨌든 연료비부담은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 동자부의 시산에 따르면 기업들이 4백51억원, 가계가 3백43억원 등 모두 1천4백38억원의 부담이 경감된다.
이 같은 연료비 부담경감은 곧 전반적인 물가안정이나 경기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고 이번 조치를 앞당긴 것도 그걸 기대해서다.
그러나 여전히 꺼림칙한 것은 나프타 가격이다. 따지자면 당연히 대폭 올렸어야할 것이로되 그럴 형편이 못된다고 판단, 그냥 붙들어 맸다.
물가의 핵인 공산품값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나프타가격을 내려줘야 하는데 정작 이것은 오래 전부터 인상요인을 안아왔기 때문이다. 국제가격 보다도 배럴당 20달러이상 비싸다. 더욱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제품이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실정이므로 당분간 나프타가격의 현실화는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조만간 또 한차례 질시하겠다는 정부의 유가 재인하 계획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유국들의 원유값 하락을 반영해 전체 기름 값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2월말∼3월초쯤으로 예정되어있으나 상황을 봐서 더 앞당겨질 공산도 있다.
현재 우리 나라가 수입해오는 원유의 평균 도입 단가는 32달러77센트. 여기에 비하면 국제현물시세는 30달러 선을 깨뜨린 지가 오래다.
문제는 우리의 원유 수입을 92%나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이 공시가격을 언제 얼만큼 내리느냐에 달려있다.
이들 공시가가 배럴당 1달러 내리는데 따라 국내유가는 2.6%의 인하요인이 생겨난다. 동자부가 2윌말쯤에 가서 국내 기름값을 재인하하겠다는 계획도 결렬되었던 OPEC회의가 이때 다시 열릴 예정이고 그 결과 공시가를 인하할 가능성이 많다고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근착 외신들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최근 배럴당 34달러에서 30달러로 내리는 조치에 이미 합의했으며 2월말의 OPEC 재회담이 또 결렬되더라도 더 이상 인하압력을 감당치 못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원유 값의 인하무드에 힘입어 그 동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유가 자율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나 갈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국민생활에 직접관련이 없는 제트유와 용제 등을 고시가격에서 제외시켜 업계자율에 맡긴 것을 제1단계로 해서 다음단계로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을 일정기간의 예고를 거쳐 역시 자율화할 방침이다.
유종간의 가격구조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갈 점이 많다. 고급휘발유와 보통 휘발유값의 차이를 배럴당 25달러에서 20달러로 줄였으나 외국경우의 2∼4달러 선에 비하면 아직도 요원한 문제다.
언제 또다시 광난을 부릴지 모르는 게 유가다. 이참에 묵은 병들을 고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므로 신중을 기해서 대안을 마련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