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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도록 뛸 겁니다, kt 마법 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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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어느 팀도 우리를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들 겁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kt 위즈의 마법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내년에 프로야구 1군 리그에 데뷔하는 제10구단 kt 위즈 조범현(56) 감독은 담담하게 말했다. 구단 이름(kt 위즈)처럼 마법이라도 부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내년 시즌 1군 공식 데뷔를 앞두고 조범현 감독은 기대보다 걱정이 많아 보였다. 조 감독은 “현실에서 감독이 쓸 수 있는 마법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면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조범현 감독을 만나 내년 시즌 포부와 전망을 들어봤다.

 -2군 리그에서 보낸 2014년은 어땠나.

 “시간 참 빠르다. 2군에서 경기를 하면서 (2015년 1군 진입에 대비해) 다른 팀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선수들을 조사해야 했다. 또 특별지명(팀당 2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을 kt가 선택) 선수를 분석하느라 바빴다. 이제 kt에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있고, 기존의 선수들도 있다. 내년 1월 스프링캠프는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할 것이다.”

 지난달 kt는 박기혁·박경수(이상 내야수)·김사율(투수) 등 FA 3명과 이대형·김상현·배병옥(이상 외야수)·정현(내야수)·이성민·정대현·윤근영·장시환(이상 투수)·용덕한(포수) 등 특별지명 선수 9명을 영입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4명이 합류한다.

 -FA와 특별지명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나.

 “그들만으로 야구를 할 수 있나. 선수를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르다. 영입한 선수들도 고정관념 없이 처음부터 다시 파악하고 평가할 것이다. 선수들 모두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김상현·이대형 등 유명한 선수들도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장담할 순 없다.”

 -2군 북부리그 6팀 가운데 3위에 올랐는데.

 “대부분 20대 초반 선수들로 올시즌을 치렀다. 2군 경기인데도 선수들이 무척 긴장하더라. 견제사 등 실수가 많았다. 그래도 지난 겨울 훈련을 많이 한 덕분에 시즌을 치르면서도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다. 경험이 쌓이니까 시즌 후반엔 많이 좋아졌다. 덕분에 김사연(외야수)·김동명·문상철(이상 내야수)·박세웅·고영표·안상빈(이상 투수) 등의 가능성을 봤다.”

 -현재 전력으로 1군에서 싸울 자신이 있나.

 “여전히 걱정이 많다. 9개 구단 체제에선 1개 팀이 쉬기 때문에 올시즌 NC는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내년엔 쉬는 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기수가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난다. 선수층이 얇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다. 그러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간을 갖고 kt의 힘을 키워야 한다.”

 -최정(SK)이나 장원준(두산) 정도의 거물 FA선수를 원하지 않았나.

 “우리는 1군급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했다. 그래서 특급 선수 1명보다 3명을 잡는 게 더 중요했다. 내년 성적이 중요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 중요하다. (몸값이 비싼 FA선수가 없기 때문에) 주전이 아닌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부족한 게 많아도 팀의 미래를 보고 써야 할 선수들이 있다.”

 - 승부가 급한데 경험없는 선수를 쓸 수 있나.

 “경험은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 지도자가 믿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실수를 해도 참고 기다리면 선수들은 잠재력을 발휘한다. 신생팀을 맡으면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내년 kt는 어떤 팀이 돼야 할까.

 “전력이 약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 악착같이 덤벼야 한다. 상대 팀이 질릴 정도로 진을 빼놓아야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한다. 사실 우리 전력으로 몇 승을 올리겠다, 몇 위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열심히 훈련하고 독하게 싸운다면 상대가 만만히 보지 못할 것이다.”

 -kt가 12월 전지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NC가 1군 진입을 앞두고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12월 중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비활동기간(12월과 1월) 준수를 강조하면서 우리도 다른 팀과 똑같이 1월 중순에 캠프를 시작하게 됐다. 이건 좀 아쉽다. 신생팀은 예외로 해야 하지 않나. 고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이 한겨울에 혼자서 어떻게 훈련을 하겠는가. 입단 후 3년 정도까지는 선배나 코치의 도움을 받아 겨울을 보내야 한다. 선수 개인에게도 인생이 걸린 시기인데, 이건 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kt는 내년 팀 이름처럼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어떤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특별한 선수 한 명 보단 모든 선수가 강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건 차차 해나갈 일이다. 다른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내년 프로야구 개막전을 수원 홈구장에서 치르는 건 안될까. 프로야구 제10구단 kt가 많은 홈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멋지게 데뷔할 수 있게 말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근 발표한 2015년 경기일정에 따르면 kt의 개막전은 내년 3월28일 부산(롯데전)에서 열린다. kt는 1군 첫 경기를 수원 홈에서 치르도록 해달라고 KBO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년도 성적에 따라 개막전 일정을 짜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수원=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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