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앞에서 이겨 미안 … 문태종 누른 동생 문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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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프로농구연맹으로부터 통산 900경기 출전 기념패를 받은 주희정. [사진 KBL]

형제는 경기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나눴다. 승부에서 이긴 동생은 형을 위로했고, 아깝게 진 형은 동생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가 창원 LG를 꺾고 정규리그 선두를 굳건히 했다. 2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올 시즌 처음 세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102-97로 이겼다. 23승(6패)째를 달성한 선두 모비스는 3연승을 달렸다. LG는 11승19패로 8위에 머물렀다. 최근 2연패다.

 경기 전부터 스타 형제의 크리스마스 맞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 형 문태종(39·1m99cm)과 동생 문태영(36·1m94cm)이 각각 LG와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마주 섰다. 형제는 경기를 앞두고 한 목소리로 “가족과 함께 코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승부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형 문태종은 “관중석에 아버지(토미 스티븐슨·61)를 초대했다.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고, 동생 문태영도 “하던대로만 하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맞섰다.

 두 선수 이전에는 쌍둥이 조상현 오리온스 코치와 조동현(이상 38) 모비스 코치가 현역 시절 성탄절에 형제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문씨 형제’의 성탄절 첫 맞대결은 동생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동생 문태영은 24득점에 6리바운드와 6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23득점·4리바운드·5어시스트에 그친 형 문태종을 근소하게 앞섰다. 주한미군 출신으로 3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스티븐슨 씨는 경기 내내 주거니 받거니 득점 공방을 벌이는 두 아들에게 똑같이 박수를 쳐줬다. 각각 본명이 제로드와 그레고리인 태종·태영 형제는 지난 2011년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을 때 어머니 문성애(58)씨의 성을 따 이름을 지었다.

 모비스는 문태영 이외에도 양동근(33·1m81cm)과 리카르도 라틀리프(25·2m5cm)가 각각 25점과 23점을 넣었다. LG는 문태종을 포함해 다섯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지만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벌어진 5점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모비스는 전신인 기아 시절을 포함해 LG와 크리스마스에만 4차례 만나 모두 승리했다.

 SK와 삼성의 서울 라이벌전에서는 또 하나의 성탄절 이벤트가 열렸다. 지난 21일 LG전에서 프로농구 최초로 정규리그 9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SK 베테랑 가드 주희정(37·1m81cm)이 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기념패를 받았다. 주희정은 삼성전에서도 18분9초를 소화하며 70-56, 14점차 승리에 힘을 보탰다. 2위 SK는 선두 모비스와 한 게임 차 간격을 유지했고, 꼴찌 삼성은 원정경기 11연패 의 수렁에 빠졌다. 고양 오리온스는 인천 전자랜드를 79-74로 꺾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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