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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담배 이름 너무 어려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1일 오전 10시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 C수퍼마킷 카운터. 김모(46) 씨가 2500원을 건네며 "국산담배'비전'하나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점원은 수십 종의 담배 중에서 '시즌'을 꺼내 들었다.

당황해하는 점원을 보다 못한 김씨는 결국 담배 진열대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담배를 직접 골랐다.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본사 대전 대덕구 평촌동)가 내놓는 담배 이름이 외국어 일색이다.

이로 인해 영어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 점원과 애연가들이 담배를 팔거나 살 때 애를 먹는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출시된 '로 크럭스(LO CRUX)'는 영어를 웬만큼 아는 사람들도 뜻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KT&G에 따르면 이것은 '보라'라는 뜻의 영어 감탄사 'LO'와 '중심.핵심' 을 의미하는 영어 명사 'CRUX'를 합친 것.

"핵심을 보라"라는 뜻으로 20~30대의 문화적 핵심코드를 담았다고 한다.

'RAISON'이란 담배명은 한 술 더 뜬다. 일반인들은 '이유''이성'이라는 프랑스어의 뜻을 모를 뿐 아니라, '래종'이란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현재 KT&G가 판매 중인 담배 32종 가운데 우리말 상표는 ▶도라지연 ▶하나로 ▶한라산 ▶장미 등 4가지(12.5%)에 불과하다.

애연가 유모(68.농업.영동군 추풍령면)씨는 "무궁화.거북선 등 옛날에 나온 담배와 달리 최근 나오는 국산 담배는 경고 문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어 구입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20~30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글보다 외국어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데다, 수출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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