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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금고」, 왜 필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립학교의 재정확충을 통한 발전계획의 하나로 민정당이「사학금고」를 설립키로 한 것은 그것이 사학진흥의 전기일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설립될 사학금고는 현재 각 사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유휴재산을 매각, 출연한 돈과 적정비율의 국고지원을 보태 2천억원 내지 2천5백억원 규모의 재원을 기본자산으로 하여 사학시설자금의 대부, 사학 운영비의 보조, 수익사업 실시 등을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사학의 육성이 시급하고 재정의 충실화를 기해야 한다는 소리는 높았지만 그동안 사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름에 지나지 않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
사학금고의 설치문제만 해도 당국이 사학진흥에 얼마나 인색하고 무성의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사학운영자금에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정동에 불과하다. 미국은 36.06%였으며 일본은 37.18%였다. 나머지 자금은 재단의 자체수입이나 기부금으로 채우고 있으며, 4분의1 가까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 나라는 대학의 경우 95%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고 중·고교에서조차 정부의 보조는 명목에 그치고 84.8%(중학교)내지 92.1%(고등학교)를 학생들의 주머니에만 의존하고있는 실정이다.
학교운영을 거의 전적으로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형편에서 사학의 건실한 운영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학금고의 설립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많은 사립학교들에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는 되지만 2천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재원을 조성하는 일은 결코 손쉬운 작업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학은 학교법인의 재산으로 토지 등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수침용 기본재산이 모두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는 통계도 나와있다.
이 막대한 재산이 잘 활용되어 사학의 운영을 살찌우게 했으면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민정당은 물론 이 재산을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면세등 세제상의 혜택을 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조성을 위해 세금감면 등 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세제혜택을 준다해도 재산처분이 쉽사리 진전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본자산을 처분한 학교의 재산을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줄 것이냐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신설되는 사학금고의 운영문제다. 문교당국이 개입해서 운영하는 체제라면 독선적이고 관료적인 운영이란 인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재 사학에 대한 당국의 지원기준만 보아도 일방통행식인 것이 너무도 많다. 따라서 사학금고 운영의 주체는 사학재단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운영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천억 원을 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로 모아진다.
당초의 의도나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흐지부지 되고 마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아왔다. 좋은 정책이 좌절되는 것은 대부분 재원이 뒷받침을 못하기 때문이다.
사학금고만 해도 사학 측의 출연 외에 정부에서도 상당한 출연을 각오해야한다. 적정수준의 출연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사학금고설치 논의도 탁상공론이 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처럼 성숙된 사학금고설치 구상이 훌륭한 결실을 보아 사학진전에 일익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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