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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카메라동원 잠복수사 2개월-사건브로커32명 일망타진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의 사건브로커 일제단속은 연말의 위증·무고사범에 이은 3번째 기획수사다.
이번 단속에서는 지난해 11월하순부터 은밀히 정보수집을 시작해 망원카메라를 동원, 변호사사무실과 구치소 면회실주변에 수사관들을 잠복시켜 결정적인 증거인 이들의 사진을 촬영하는 등 2개월간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구속변호사>
일부고령 변호사가 사건을 맡지 못해 생활고 때문에 『사무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원에 고용되어 있다』는 것은 법조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
이변호사가 구속되자 이 사건에 관계된 그의 사무장 김모씨는 자기집을 가등기해 5천만원을 피해자에게 되돌려주어 구속을 면했으나 이변호사는 5백만원의 집세 보증금외에는 전혀 재산이 없더라는 것이 수사관들의 말이다.
이변호사는 2억여원의 빚을 지게되자 이를 갚기 위해 부동산사기를 하게됐고 빚을 받아내려고 채권자들이 이변호사 주변에서 『이변호사는 틀림없는 사람』이라고 바람잡이 노릇까지 했다는 것.

<여자브로커>
구속된 여자브로커는 구치소나 법정주변에서 피의자 피고인 가족들에게 『변호사를 선임했더니 내 아들이 즉시 석방되더라』는 등의 말로 접근해 변호사를 알선해주고 변호사 사무장 등으로부터 건당 5만∼10만원씩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은 변호사와는 직접 연관을 갖지 않고 변호사사무원만 접선하는 경우가 많아 수임료도 정상보다 훨씬 싸게 받았다. 그러나 한번 걸린 피해자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찰거머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간호원」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변정례씨(36·구속·서울이태원동)는 80년8월 구치소앞에서 만난 이모씨에게 좋은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며 E변호사사무장 신정덕씨에게 인계해주고 수임료 15만원의 10%인 1만5천원을 받은 것을 비롯, 2년간 20건을 소개해주고 66만5천원을 받아냈다.

<변호사 사무원>
사무원들은 브로커만 고용하는 게 아니라 변호사명의를 빌어 실질적인 변호사업무를 하기도 했다.
또 고령변호사에게는 명의를 비는 조건으로 월50만∼1백만원씩 월급을 주고 고용도 했다는 것.
구속된 C변호사 사무장 남진형씨(34)는 광산사고만을 맡아 브로커들사이에서는 「광산변호사」로 알려질 정도. 남씨는 광부나 그 가족들이 가난하고 법을 모르는 것을 이용, 변호사로 행세하면서 피해보상을 많이 받게 해준다며 사건을 맡아 고용한 C, Y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수임케 한 뒤 배상금의 30∼40%씩 받아왔다.
장적순씨(48·구속)는 월급없는 변호사 사무원. P변호사 사무실에 책상1개를 빌어놓고 가압류신청·공탁사건 등 비송사건만 전문으로 맡아 P변호사명의로 처리하는 대신 매월 20만원씩 명의 사용료를 지불했고, 자신은 4백4만원을 챙겼다.
특히 변호사 사무원들은 월급대신 변호사로부터 수임료의 일부를 받고 있는 경우도 많아 10명의 변호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은 변호사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이들의 이름 등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범죄사실이 드러나는 대로 소속 변호사회 등에 통보, 자체징계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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