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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탄광촌」…10여년째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탄광촌과 다를게 없습니다. 탄가루와 씨름하는 일도 이제 지쳤습니다.』
이문3동과 석관1동 주민들이 털어놓는 탄가루공해 피해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데도 항상 절실하다.
이문동l73일대 이문지구 연탄단지에서 날아드는 탄가루 때문에 마을과 집이 온통 새까맣고 빨래를 내널 수도 없으며 불결한 환경때문에 피부병까지 나도는 마을.
이 지역의 연탄단지는 67년 한성연탄이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후 삼촌리·정원·7표·태양·한일연탄 등 6개 공장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빚어진 것.
주민들은 그 동안 연탄공장들과 서울시에 대책을 세워 줄 것을 합의, 호소했으나 지금껏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
6개 연탄공장마다 높이 15m가 넘게 쌓인 탄더미가 길이 5백m이상의 능선을 이루고 있고 이들 탄더미에서 탄가루가 주택가로 직접 날아들고 있으며 연탄수송차량들마저 쉴새없이 탄가루를 날려보내고 있다.
주민 한부선씨(53·이문3동220)는 『68년 멋모르고 이곳에 이사온 이후 가족들이 여러차례 눈병과 피부병으로 고생했으며 언제부턴가 식구들이 탄가루를 씻기 위해 걸레를 들고 살다시피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저탄장과 가깝게 있는 김화영씨(40·석관l동42의12) 는 『탄가루를 막아보려고 아예 마당위에 별도의 지붕까지 씌웠으나 이마저도 소용없는 일이 됐다』고 호소했고 서정문씨(45·이문3동220의13) 는 『새로 지은 집도 몇 개월만 지나면 새까맣게 변해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하지만 그것도 순간 뿐』이라며 불평을 털어놨다.
주민들은 『비가 올 때 처마에서 새까만 낙수물이 떨어지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피해가 특히 심한 때는 여름과 겨울철.
삼복더위에도 창문을 열어 놓지 못해 한증막같은 생활이 계속되며 겨울철에는 빙판이 두려워 도로에 물을 뿌릴 수 없고 차씻기를 할 수 없어 탄가루 공해가 더욱 심하다는 것.
이 같은 탄가루공해는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쳐 도심부와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고 교통편도 좋은 편인데도 땅값이 평당37만∼38만원밖에 안돼 같은 여건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절반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데다 거래마저 거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희망취재>
○…이 기사는 탄가루 공해로 주거생활에 불편을 겪고있는 이문3동과 석관1동6백50가구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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