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정치세력화' 시도…통진당 관계설정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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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뒤 재야 진보 진영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대통령의 명령만 일사분란하게 따르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고, 야당도 분열과 무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며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모임에는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 명진스님 등 학계와 종교계, 문화예술계 인사 105명이 참여했다. 양기환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존 정치세력을 배제하고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창당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당의 출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진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국민모임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8명 중 6명이 ‘원탁회의’ 멤버다. 이중 4명은 통진당 해산 반대를 주장하며 비상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한 발기인 10명에 포함돼있다. 원탁회의는 22일 비상회의에서 “우리들이 할 일은 통진당 부활”이라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이날 국민모임의 선언문 명단에서는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가 빠졌다. 이들은 원탁회의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국민모임측은 “함 신부 등 3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일단 제외했다”며 “원탁회의 참석자들이 (통진당 부활 등의) 의견을 피력할 순 있겠지만 논의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진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예단할 순 없다. 국민의 요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보복은 나 하나로 끝내달라”며 “진보당 당원들을 겁박(劫迫·으르고 협박하다)하고 불이익을 가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합법적으로 15년을 활동해온 정당을 강제해산시킨 것도 모자라 진보당 자체를 반국가단체ㆍ이적단체로 몰고 10만 당원을 처벌하려고 한다”며 “독재회귀를 막고 질식된 민주주의와 인권을 구출해달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 전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회견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불법 집회’ 등을 이유로 막아서면서 기자회견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으로 장소가 변경돼 개최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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