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엄마가 만드는 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기나긴 겨울밤 놋화로에 인두를 꽂아놓고 그림같이 앉아 바느질하시던 친정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라온 때문인지, 어릴적부터 뜨개질이나 헌옷을 고쳐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런 나에게 언니는『궁상맞다』는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한가한 시간이면 뜨개질등으로 소일하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올해부터 중·고생들의 교복자율화를 계기로 우리 엄마들이 바느질솜씨를 좀 부려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바느질 안하는 것이 거의 보편화된 현실이지만 우리들의 어머니솜씨를 기억하며 값싸고 좋은 천으로 간단한 옷을 손수 만들어 보는 것이다.
6남매를 키우시던 나의 어머니가 여름이면 당신 손수 옥색물감을 들인 세모시치마와 하얀저고리를 잠자리날개처럼 펼쳐입으시고 주일이면 예배당에 가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명절이면 설빔을 만드시느라 화롯불이 꺼질날 없었고, 입학때는 예쁜 세일러복까지도 창작해 내는 것이다.
요즘처럼 주부클럽등에서 재단을 익힌 것도, 원형을 떠서 만든 것도 아니었지만 오직 자식에 대한 애정만으로도 눈가늠해서 만들 수 있는 지혜를 가지셨었나 보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개학을 앞두고 부지런히 뜨개질도 하고, 시장 자투리천 파는 곳을 찾아 예쁜체크무늬천을 사서 간편한 주름치마도 만들어 줘야겠다.
비싼 기성복을 사 입히는 것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형편따라서 엄마의 정성과 노력만으로가능한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엄마의 정이 듬뿍 담긴 솜씨를 부려서 청소년 특유의 발랄하고 청량감 넘치는 멋을 창조하는 센스있는 옷차림이 되도록 하리라. <경북경산군압양면조영동255의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