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하의 양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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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24일 하오(한국시간)스위스 제네바에서 OPEC특별협의회가 한참 막바지에 이르고 있을 무렵 서울의 동자부 유정과에서는 출입 기자 몇몇과 동자부실무자가 머리를 맞댄 채 「기존유가하락에 따른 국내유가인하 요인」이라는 분석자료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존유가가 1달러 내리면 2· 6%, 2달러 내리면 5·2%…, 6달러 내리면 15·6%의 국내유가 인하요인이 생긴다」 는 시산이었다.
그러나 정작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OPEC협의회 완전 결렬」이란 외신만 쏟아져 들어와 동자부 실무자가 애써 작성한 분석자료는 빛을 보지 못했다.
석유에 관한 한 그것이 호재이건 악재이건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과잉기대」를 걸고 「과열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유가나 유전개발소식 등은 즉각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OPEC회의이후 누구나가 유가하락을 점치고 있다. 하루사이에 벌써 세계 현물시장의 기름 값은 3달러나 떨어졌다.
국제원유 가의 하락세는 기름을 연간 60억 달러 어치나 사 쓰는 우리로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화도 덜 나가고 국내물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유가하락이 우리에게 좋은 것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기름 값이 떨어져 산유국의 외화수입이 줄면 우리의 건설경기가 식는다는 마이너스 면이 있다. 우리 나라는 어찌 보면 유가인상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나라 중의 하나다. 중동산유국들이 유가인상으로 벼락부자가 되자 한국은 중동에 재빨리 진출, 건설로 수출달러를 무더기로 벌어들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가가 떨어져 산유국들의 수입이 시원치 않자 건설수주도 줄고 이미 해놓은 공사의 대전도 못 받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중동건설수주액은 1백13억9천2백만 달러로 81년보다 12억6천5백만 달러나 줄었다. 최근에는 이라크 등에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 기름 값이 더 떨어지면 중동건설경기는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우리로선 유가가 올라도 문제가 있고 내려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제란 양면성이 있어 항상 좋은 것만 있을 수 없는가보다.
그래서 경제는 얼핏 쉬운 것 같으나 어려운 것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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