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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석탑 7기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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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복원된 포석곡 6사지 오층탑.

경주 남산에 허물어져 방치돼 온 석탑 7기가 제 모습을 찾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윤형원 학예실장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신라 불국토의 상징인 남산에서 훼손된 석탑을 발굴 조사한 뒤 1차로 7기를 복원했다"고 8일 밝혔다. 발굴과 복원 과정은 '경주 남산 석탑 발굴.복원정비 보고서'라는 책으로 최근 발간됐다.

복원된 석탑은 ▶국사곡 4사지 삼층탑▶오산계 지암곡 2사지 삼층탑▶오산계 지암곡 3사지 삼층탑▶용장계 지곡 3사지 삼층탑▶비파곡 2사지 삼층탑▶포석계 기암곡 2사지 삼층탑▶포석계 포석곡 6사지 오층탑 등 계곡 등지 옛 절터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곡 3사지 삼층탑에선 탑을 세울 때 설치된 기중기의 흔적으로 보이는 5개의 기둥 구멍이 확인됐다. 또 포석곡 6사지 오층탑은 목탑 형식으로 된 백제계 석탑으로 밝혀졌다.

복원 작업에 참여한 차순철 학예사는 "탑을 다시 세우면서 떨어져 나갔거나 강도가 약해진 부재는 모두 신재로 교체했다"며 "교체 석재는 본래 탑과 같은 종류의 돌을 썼다"고 설명했다.

탑 복원은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먼저 정확한 복원을 위해 탑 부재와 탑 아랫부분을 조사했다. 또 탑의 떨어져 나간 부분을 찾아 산 꼭대기서 계곡 아래까지 몇 번이고 훑었다. 조사가 끝난 뒤엔 복원도를 그렸고 부재는 헬기로 수송해 조립했다.

조립 단계에선 팀원들이 매일 아침 접착제인 회와 반죽용 물통을 지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 저녁 무렵 내려오곤 했다. 탑 하나 조립에 이런 생활이 한 달씩 계속되는 강행군이었다. 탑 하나 복원에 들어간 비용은 평균 1억원.

차 학예사는 "복원 과정은 모두 문화재위원의 자문을 거쳤다"며 "앞으로 1000년은 버티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남산엔 모두 90여기의 탑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0~30기가 부재와 흔적 등이 남아 복원할 수 있다는 것. 복원 뒤 이곳을 들른 답사자들은 "남산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경주시와 함께 남산에서 경주시내로 옮겨진 탑도 제자리로 되돌릴 계획이다.

우선은 1970년대 불국사를 정비하면서 진입로에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남산 남리사지에서 불국사역 앞으로 옮겨진 석탑을 옮기기로 했다.

또 경주역 앞으로 옮겨진 석탑도 남산으로 다시 옮길 가치가 있는지 검토중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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