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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허가제'보도 기사·제목에 오해의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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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을 맞아 중앙일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그 후 1년'이라는 주제 하에 고용허가제를 다루는 기사들을 실었고 며칠 뒤에는 인력 송출국에서 발생하는 인력 송출 비리를 인도네시아 르포기사로 비중있게 보도하였다. 두 기사 모두 관련 당사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독자들에게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발생한 긍정적인 효과와 개선여지가 있는 부분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의 논조를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인터뷰 내용과 본문내용을 과장한 기사제목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인권보호는 '합격', 인력공급은 '낙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인력공급으로 인해 중소업체가 겪는 인력난을 보도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관리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이 향상되고 무단이탈과 불법체류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인력공급 더디고 복잡 불법체류자 써야 할 판"이라는 1면 기사는 인력공급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불법노동자를 채용했다가 법무부 단속에 적발돼 업주는 전과자가 되고 업체는 고용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지금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내국인을 쓰고 있다는 중소업체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인터뷰 내용은 그 업체의 딱한 사정과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빠른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행정기관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필요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인한, 한 두 달간의 내국인 고용으로 발생하는 초과비용 때문에 해당 업체들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를 쓰는 것도 문제다.

비록 기사가 사실적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인력공급 더디고 복잡 불법체류자 써야 할 판"이라는 기사제목을 도출한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력 송출국에서의 비리를 다루는 르포기사의 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본문 내용을 확대 해석하게끔 한다. "뇌물 안주면 한국 못가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인도네시아 송출과정에서의 비리를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사가 노동부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베트남과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송출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동부 관계자의 의견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노동부의 공식 보도자료에는 인도네시아 사례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동남아 송출국 비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송출비리를 동남아 국가 전체의 현상으로 보도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송출비리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문의 여론형성기능과 그 기능에서 기사제목이 차지하는 특별한 의미를 생각할 때 적절한 기사제목 선정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힘든 작업임에 틀림없다. 고용허가제에 관계된 중앙일보 기사들은 본문에서 적절하게 뒷받침할 수 없는 기사제목의 채택으로 인하여 독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하게 기사제목을 선정하였어야 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