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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번지는 영화 『ET』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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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영화 『ET』 의 열풍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만하다. 전에 없는 관객동원 수는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ET가 세계 경제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해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ET』란 The Extra Terrestrial (외계인)의 약자. UFO로 지구에 온 한 사람의 ET가 처음 만난 소년과 우정을 꽃피우고 드디어 그의 도움으로 자기의 별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줄거리다.

<못생긴 식물학자>
그의 키는 1m10㎝. 코와 입은 원숭이를 닮았다. 얼굴에 비해 눈은 엄청나게 크며 파충류의 긴목을 하고 있다.
머리는 앞뒤와 옆으로 크게 발달했고 다리는 퇴화되어 있다. 직업은 식물학자. 이 작달막하고 어찌 보면 흉물스러운 생물이 과학 공상영화『ET』의 주인공이며 지금 세계에 ET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흉물스럽기는 하나 어찌보면 귀엽게도 보이는 ET는 인형에서부터 티셔츠·액세서리·열죄고리·연필·손가방·필통등 1백60여가지가 넘는 인기상품을 장식하고 있으며 상점마다 ET가 선전간판으로 등장하고 있다.
「엘리어트」소년이 처음 ET를 불러들였던 리세스 피시스 초컬릿은 미국시장에서 동이 날 지경이다.
영화 『ET』를 본 사람들이 자신도 그 초컬릿을 인연으로 해 혹시 우주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로맨틱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영화속의 소년들이 타고 하늘을 날아다녔던 자전거 구와하라 (일제) 는 ET덕분에 세계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영화속에서 ET가 영어를 배울 수 있었던 소형컴퓨터 스피크&스펠, 그리고 우산대 등등 영화에 등장했던 모든 물건은 동이 날 지경이다.
82년의 인물로 컴퓨터를 선정한 타임지는 후보중 하나로 ET를 꼽고, ET는 밝은 유머와 인간미로 미국인의 가슴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경제잡지 포전도 ET를 82년 히트상품의 상위권에 꼽고 있다.
ET의 소설(윌리엄·코츠윙클」저)은 4백만권 이상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3개사에서『ET』를 출판, 히트하고 있다.
구미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팔리고 있는 ET의 인형이 대부분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에서 『ET』 가 공개된 것은 지난해 6월11일. 한달간의 흥행수입만도 1억달러를 넘었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이었던 『조스』가 59일간에 세운 기록을 반으로 단축시킨 셈이다.
미국의 『ET』상영관들은 대소동을 일으켰고 어떤 신문은 줄을 서지 않고도『ET』를 보는 법을 기획기사로 다룰 지경이었으며 천막을 치고 야영까지 하는 것은 물론, 표를 사주는 아르바이트 직종까지 생겼다.
『ET』는 히트를 계속, 공개 1백49일째 2억8천6백만달러를 돌파하고 『스타워즈』의 기록을 이미 넘겨버렸다. 미국 인구중 세사람에 l명이 이 영화를 본셈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ET경기는 구미 각국은 물론 이 영화가 일본·필리핀·말레이지아 등지에 상륙하자 각국의 경기는 크게 자극되어 활기를 띠었다.
일본에서는 『ET』 가 개봉된후 첫 4주동안 일본 전국에서 4백94만9천명의 관객을 동원, 62억7천만엔(약1백88억원) 의 흥행수입을 올림으로써 종전까지의 기록인『조스』를 능가했다는 것.

<"우리도 보자 대모">
스웨덴에서는 11세이하의 어린이에게 『ET』가 충격을 줄까 두려워 관람을 금지시켰는데, 이 때문에 어린이들이 극장앞에서 대모를 벌이는 진풍경까지 일어났다. 『ET』는 이렇게 가는 곳마다 화제와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쉬운 스토리와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오락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열기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세계 언론이나 영화평론가들의 평.
영화 『ET』의 감독은『조스』『크로스 인카운터』등 일련의 히트작품을 낸「스티븐· 스필버그」.
77년의 히트작 『크로스 인카운터』의 마지막 장면에서 빛의 홍수가운데 UFO가 지구에 날아드는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했지만 거기에서 ET는 나오지 않았다. 『크로스 인카운터』를 상징하는 말은 『We are not alone』(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다). 우주인과의 연대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ET』는『He is totally alone』(그는 혼자다)이다.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남게된 고독한 ET. 이 기괴한 우주인을 만나 친구가 되는 「엘리어트」도 사실 아버지가 가출해버린 고독한 소년이었다.
이혼이 많은 미국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년상으로 어쩌면 현대 미국 사회에서의 절실한 실정이기도 하다.
이같은 구도로 인해 정서적이 된 관객은 영화에 열광하며 감동한다.
『ET』의 관객은 어린이뿐만 아니다. 남녀노소가 모두 이 영화에 매혹당하고 있다. 크건 작건 ET 인형을 갖지 않은 미국 어린이는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와져가는 우주>
또 어린이들은 슬픈 목소리로 『ET 폰 홈』(집에 전화를 걸고 싶다)이라는 ET의 서투른 영어를 흉내내기 좋아한다.
가상으로 꾸며진 한사람의 우주인이 이처럼 지구인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우주가 일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과학적인 현실때문이기도 하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ET』가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자 판권은 막대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백만달러(약8억원)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측에서는 1백만달러로 현재 교섭을 진행중이라고.
영화가 아직 선을 보이기 전에 우리나라에도 이미 ET선풍이 일고 있다.
백화점이나 강가에 나와있는 2천원짜리 ET 인형이 선보이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으며 ET를 새겨넣은 상품도 다투어 나오고 있다.

<외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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