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49. 얼만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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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수확의 계절이 다가왔다. 들판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농부들의 얼굴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 국회에서는 쌀 협상 결과의 비준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농업에 '얼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 비준안을 상정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잘 모르는 수량이나 정도를 나타낼 때 '얼만큼'이란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얼만큼'은 어떤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와 있지 않다. '얼마큼'을 찾아야 '얼마만큼'의 준말이라고 돼 있다.

'얼마만큼'은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전에서 '얼마만하게'라는 뜻의 부사였다. 또 그 준말로 '얼마큼'만을 인정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얼마만큼'이란 부사를 표제어에서 삭제했다. 그리고 '얼마큼'만 '얼마만큼'의 준말로 올려놓았다. '얼만큼'이 널리 쓰이긴 하지만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눈물 같은 나의 사랑아 너는 알고 있니. 내가 너를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너를 얼마큼 그리워하고 있는지"처럼 쓰면 된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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