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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계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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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예술활동의 총 본산이 될「예술의 전당」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예술의 전당이 들어설 부지까지 정하는 단계에 있다니까 그 계획은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정부가 그런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장소. 규모, 예산 등은 아직 정해진바 없다는 사실일 뿐이다.
하지만「예술의 전당」계획이 매우 중요한 것이고 예산도 적지 않게 소요되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미리 그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혀 둘 필요를 느낀다.
우선 이 계획이 두 가지 필요에 의해 제기된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그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한국예술의 종합전시장이 될만한 시절의 필요를 통감하게 되었으며 아울러 한국방송광고공사로서는 방송광고 대행수수료 가운데 공고사업을 위한 적립기금을 적절히 사용해야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림픽엔 체육행사 이외에 다양한 문화행사가 병행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것을 순조롭게 치르기 위해서 뿐 아니라 5전년 한국문화예술의 대표적 전시장의 필요는 더 말할 여지가 없겠다.
더욱이「선진한국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80년대라는 시점에서 국가적 문화예술비전을 펼쳐놓을 심벌도 절실히 필요할 것도 같다.
그것은 이미 70년대에 종합민족문화센터 건설계획이 겨우 국립극장건설로 낙착되고 국제회의 시설로선 세종문화회관으로 결실을 맺었던 것을 상기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선 그 같은 예술문화의 상징들이 우리의 문화예술적 욕구와 필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전당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민족의 진취적 기상과 미래지향의 비전을 응축시킬 수 있는 종합문화센터의 구상은 어느 의미에서 오히려 어려운 시대의 산물일수도 있다.
30년대의 대 공황 속에서 미국의 록펠러센터는 이룩되었으며, 월남전쟁 등의 시련 속에서 60년대의 링컨센터나 70년대의 케네디센터가 담당한 문화적 역할은 새삼 평가되어야겠다.
그것은 영국이 2차대전 직후의 빈곤 속에서 로얄 페스티벌 홀을 짓고 대영제국의 의지를 표상한 것에서도 역력하며 새로운 프랑스의 건설을 표방한「퐁피두」예술문화센터나 6백억 원을 투입한 서독프랑크푸르트 오페라 하우스재건의 정신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 예술의 전당도 그런 필요와 사명에서 탄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술의 전망은 민족의 전통적 문화예술 행태를 전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시대의 문화예술적 사상을 표현하는 기념탑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그 건설계획은 역시 무리와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하나의 종합문화센터를 건설한다고 해서 단순한 다목적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해선 안되겠다.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모든 분야가 각기 독립된 전문기능을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고 또 이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예술의 전당은 건축물로서도 한국의 특성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할 수 있는 외양으로 훌륭하게 지어져야겠지만 그 기능 면에서 특히 우수해야겠다.
그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은 결국 문화·예술인만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장소여야 하기 때문에 입지와 교통 등이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선정되어야 하며, 건물자체의 시설들도 어린이들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즐겨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돼야 하겠다.
또 예술문화센터는 건물을 지어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활용, 관리가 중요한 일인만큼 그 점에서 미리 세심한 배려를 해야겠다.
센터는 단지 하나의 건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타운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나라의 문화예술활동에 바람직한 자극과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전당 계획은 사전에 기초적 조사는 물론 다방면의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모아 유루 없고 환전한 것이 되도록 충분한 연구, 노력이 있어야겠다.
아울러 청소년의 꿈과 지식을 키울 과학의 전당 건설도 추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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