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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의 중공상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주일 동안 계속된 미-중공섬유협상 끝에 중공대표 이등산은 지난 13일 『미국 측은 성실성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슐츠」미 국무장관의 중공방문을 보름 남짓 앞두고 양국간에 오랫동안 불편한 요인이 되어온 이 문제를 해소하려던 미국 측 의도는 이 한마디로 물거품이 되었다.
중공 측은 70년대 초기에 시작된 대미관계가 『뇌성벽력만 크게 나고 가랑비밖에 오지 않았다』고 불평하고 있다.
특히 「레이건」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미국의 중공정책이 어떤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불평해 왔다 미국이 대만에 대해 무기를 공급하려는 문제는 지난 8월에 발표된 공동성병으로 일단 형식적으로는 해소되었지만 「레이건」행정부에 대한 중공의 불신감은 그대로 남아있다.
중공은 또 현대화에 필수적인 기술협조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인색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판국에 섬유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중공의 대미 섬유수출량은 근년에 와서 크게 불어나 한국 등 기존 섬유수출국에 큰 도전이 되어왔다.
80년의 수출량이 전년대비 41%가 증가한 것을 비롯해서 81년에는 73%, 82년에는 10개월 동안 32%가 증가했다. 그래서 중공은 대만·홍콩·한국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대미 수출국이 되었다.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보호주의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중공섬유수출 증가추세가 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돌 것을 우려해서 33개 종목의 섬유에 쿼터 제를 적용해서 연간 증가율 2%로 묶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중공의 대미 섬유수출량을 대만·홍콩·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억제하려한 것이다.
그러나 중공은 특히 자기들의 영토로 간두하고 있는 대만이나 홍콩보다도 적은 량의 수출을 허용하려는 미국 측 의도에 반발, 처음에는 쿼터 제를 전적으로 거부했다.
후에 그들은 규제품목을 21내지 28개로 줄이자는 선으로 약간 후퇴했으나 전반적으로 협상제의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이다.
중공 측은 『미국이 우리 쪽에만 양보를 강요한다』고 불평했다.
미국과 중공의 교역량은 82년 중 5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공 측은 수입을 규제할 경우 대미무역적자를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만약 미국이 일방적으로 쿼터 제를 실시할 경우 그들이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곡물과 목재를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들어오는 중공 제 섬유는 품질 면에서 한국제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반값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내 한국업자의 말에 따르면 중공제의 품질은 급속히 개량되고 있어 2∼3년 안에 한국산 품질의 수준을 따라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공간의 섬유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타결될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의도대로 쿼터 제가 실시되더라도 미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이 겪게될 중공상품과의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 확실하다. <장두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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