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핵 위성 언제 떨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 외신종합=본사특약】소련 첩보위성 코스모스1402호는 23일하오3시∼25일 상오5시(한국시간)사이에 지구에 추락할 것이라고 미 국방성이 20일 밝혔다. 국방성 소식통들은 이 위성의 가장 위험한 핵 원자로 부분은 추락도중 분해되어 방사능찌꺼기가 비처럼 쏟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이어 50kg의 농축우라늄을 적재한 이 원자로의 잔재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 추락할 것인지는 이 위성이 대기권에 들어오기 불과 몇 시간 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1백70∼1백81km의 궤도를 돌고있는 이 위성은 지상 80∼1백km의 성층권을 70∼1백km앞둔 20일 하루사이 8km하강했으나 일단 성층권에 들어오면 지상에 떨어지기까지 불과 30∼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
미 과학자들은 이 위성이 소련영토 안에 떨어질 가능성은 15%정도이며 캐나다와 미국에 낙하될 확률은 각각 3%와 2%라고 밝혔다.
이 위성은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속도가 점차 빨라져 20일 현재 88분12초마다 지구를 한바퀴씩 돌고 있으나 성층권에 들어오면서 궤도방향과 속도가 크게 달라져 미국의 북미 항공방위 사령부의 전문가들로서도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낙하시간 및 지점 등을 알 수 없다고 국방성당국자는 밝혔다.
지상낙하시간· 지점 등을 추적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북반구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추적기지가 상당수 배치되어 있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가늠하지만 이런 시설 등이 빈약한 남반구에서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소련당국은 여전히 코스모스 1402호가 지구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방사능 오염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으나 서방과학자들은 이 위성이 대기권에서 완전히 불타버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78년1월24일 캐나다북부에 떨어진 코스모스954호의 경우처럼 길이 약2천km 너비3백km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뜨거운 방사능비를 뿌리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있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약7백만 달러의 청소비를 들였으며 소련 측은 이의 절반도 안 되는 3백만 달러를 보상한바 있다.
미 국방성 핵 문제전문가인 「리처드· 와그너」 박사는 『이 위성이 소련당국의 주장대로 대기권에서 완전 분해되어 불타버린다면 위험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나 만약 핵연료를 실은 원자로가 지구표면까지 그대로 도달하는 경우 추락지점인근 수백m이내의 생물체는 생명의 위협을 받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캐나다·서독·벨기에 등 세계각국들은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이 위성이 자국 영토에 떨어질 것에 대비. 긴급대책을 마련해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모스954호의 잔해 제거 작업을 한바있는 캐나다 당국은 비상 경계에 들어가 장비·인원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으며 서독정부의 한 관리는 코스모스1402호가 서독영토 안에 추락할 경우 영공을 폐쇄하는 조치까지 내리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벨기에 내무성의 한 대변인도 이 위성이 영토 내에 떨어질 것에 대비, 정부고위관리들이 브뤼셀 북쪽 50km지점에 있는 방사능오염방지시설이 되어있는 한 군사요새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