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약침에 반한 카타르 왕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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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약침의학연구소장(오른쪽)이 카타르 하마드병원 건설현장에서 침을 놓고 있다. [사진 대한약침학회]

지난 15일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한 건물. 내년 4월 카타르 군(軍)병원이 이전될 곳이다. 내부 공사가 덜 된 상태의 텅 빈 공간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환자가 몰려들었다. 카타르군의 초청으로 대한약침학회 소속 한의사들이 무료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현지인에겐 침과 한약이 생소할 만도 했지만 한의학 진료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틀간(14~15일) 100여 명이 진료를 받았다. 자신을 하산이라고 소개한 군인은 “어깨 통증이 있었는데 침을 맞은 후 하루 만에 감쪽같이 통증이 줄었다”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카타르는 웬만한 공공이용 시설에 남녀 출입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슬람 문화가 강한 곳이다. 이동휘 약침학회 기획이사는 “눈만 내놓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싼 여성 환자가 거침없이 히잡을 벗어 통증 부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범진료에 대한 관심은 카타르 로열 패밀리에게까지 번졌다. 약침학회 권기록 부회장은 15~17일 두 차례씩 빡빡한 일정을 빼서 카타르 하마드 국왕의 사촌형제와 보건최고위원회(Supreme Council of Health) 장관 여동생의 요청으로 왕진을 다녀왔다.

 예상 밖의 큰 성과도 냈다. 카타르군 무바라크 알압둘라 의무사령관은 17일 저녁 의료진을 초대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는 “군병원에 한방 클리닉을 개설하겠다”며 “필요한 물품과 장비 리스트, 공간 활용 계획 도면을 제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강대인 약침학회장은 “군병원 클리닉 개설은 한의학이 중동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사령관은 내년 1월 방한해 한방클리닉 개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약침학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도하(카타르)=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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