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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공유, 요금 더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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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인터넷 프로토콜(IP)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정 가입자의 11%가 IP 공유기를 사용해 하나의 회선으로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KT는 7월 IP 공유기 사용 가입자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지난 1일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나선 파워콤도 IP 공유기 추가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하나로텔레콤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6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기업 가입자(35만6300)의 55.1%(19만6329), 가정 가입자(565만)의 11.5%(65만)가 IP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KT는 전국 500 가입자(가정 300, 기업 200)를 표본 추출한 뒤 이를 전체 가입자 비례로 추계하는 식으로 조사했다. 이 조사는 KT 직원이 표본으로 선정된 가입자를 직접 방문해 이용 실태를 점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IP 공유기 사용 비율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가정 가입자의 경우 1인당 평균 1.6대, 기업 가입자는 1사당 평균 6.6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KT는 7월 '추가단말 서비스'라는 이름의 IP 공유기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는 IP 공유기로 1개 회선에 2대 이상의 PC를 연결할 경우 2대까지는 무료로 하되, 3대의 PC부터는 대당 5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 제도다.

파워콤은 5일 내년 상반기 IP 공유기 사용에 따른 추가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요금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국내 2위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도 KT의 '추가 단말 서비스'와 유사한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희성 기자

[뉴스 분석] 소비자 "회선값 줬는데 왜 또 내나"
업체선 "과부하 걸려 더는 용인 못해"

통신업체들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IP 공유기 사용을 묵인해왔다. 그랬던 업체들이 최근에는 IP 공유기 사용에 따른 추가 요금을 거두거나 거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 기업이나 대학가 하숙집, 여관 등이 이를 많이 쓴다. 초고속 인터넷 한 회선을 끌어들인 뒤 IP 공유기를 통해 수십 대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식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일부 사용자들이 IP 공유기를 통해 여러 컴퓨터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려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의 IP 공유기 사용 유료화 조치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IP 공유기 추가 요금제는 이용자가 편의를 위해 직접 구성한 통신망 환경에 사업자가 간섭하는 행위로 통신 행위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대가를 주고 구입한 인터넷 회선을 나눠 쓰는데 추가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즉 사무실이나 가정에 들어온 인터넷 회선을 이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든 통신업체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집에 배달된 자장면을 여러 명이 나눠 먹는 게 IP 공유기"라고 빗댔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자장면 한 그릇 값을 내고 여러 그릇의 자장면을 먹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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