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10년 사귄 애인 버린 남자에 "위자료 5000만원 물어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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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A씨(34.여)와 B씨(36). 이들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다 2003년 결혼 날짜를 잡고 식장까지 예약했다.

두 사람은 2000년부터는 다단계 판매회사에 함께 가입해 부부사업 형태로 영업도 했다. B씨는 A씨 덕분에 많은 판매 실적을 올려 월 약 100만원씩을 벌었다. 그러나 B씨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졌다"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고, 1년 뒤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6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이 약혼을 깰 경우 상대방에게 과실이 있다면 A씨와 같이 민법(806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약혼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거나▶불치병이 있는 경우▶1년 이상 생사가 불분명한 경우 등은 파혼하는 쪽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해 배상책임을 묻지 않는다(804조).

B씨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저시력증.종교 차이 등으로 약혼을 해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저시력증을 이미 알고 있었고, 종교 문제 역시 심각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정당한 이유로 파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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