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질 주민이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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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댐 수질 보호는 주민 스스로 한다.”

충남 서북부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인근 주민들이 댐 용수 수질을 스스로 보전할테니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미뤄달라고 환경부 등에 요구하고 나섰다.

보령댐으로 유입되는 하천을 끼고 있는 보령시 미산면 일대 주민 2천7백여명은 최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를 비롯, 국회·감사원·충남도 등에 보령댐상수원 보호구역지정 유예를 건의했다.

주민들은 건의문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수질정화활동을 펼쳐 현재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기준 2급수인 댐 인근 하천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해 댐 용수 수질을 보전하겠다”며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대신 수질계약제를 체결해 줄 것”을 제안했다. ‘수질계약제’는 주민 스스로 수질 보전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이같은 요구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행사 제약 등 생활에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1998년 10월 보령댐이 완공된 이후 보령시가 미산면 전지역(65.2㎢)와 성주면·부여군 외산면 일부를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반대운동과 함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왔다. 보령댐이 산골에 있어 개발 가능성이 희박해 상당 기간 오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힘을 모으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도 수질을 보호할 수 있다는 데 최근 의견을 모았다.

97년 경남 김해시 대포천 일대 주민들이 환경부·경남도지사 등과 함께 대포천 수질유지에 관한 자발적 협악서를 작성한 뒤 보호구역 지정을 유예한 조치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수질보전대책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미산면수질의 날’로 지정, 자발적으로 자연정화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마을지도자회·축산농가모임 등 조직별로 축산농가들은 가축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고 가정에서는 무공해 비누를 쓰기로 하는 등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보령시의회 임세빈의원은 “단순히 수질보호 차원이 아닌 미산면 일대를 공해 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이윤섭 수도관리과장은 “댐 유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질보호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이라며 “주민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댐(총 저수량 1억1천6백여만t)에서는 보령·서산·당진 등 충남 7개 시·군에 하루 28만t의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보령=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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