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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청렴 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모든 공직자의 부패심리가 점차 불식되는 것으로 알았던 국민들에게 이번 철도청장과 대법원장 비서관의 구속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구속된 철도청장은 호남선 복선화 공사를 둘러싸고 공사감독과 준공심사를「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자로부터 상당액의 뇌물을 받은 것을 비롯해서 현 도청 국장, 역장 등 부하간부로부터도 뇌물을 상납 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철도청 간부 3명이 구속됐고 뇌물을 준 10개 시공업체임원 14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인사청탁을 한 철도관계 공무원 10여명이 인사조치를 받게됐다.
한편 구속된 대법원장 비서관은 외화밀반출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보석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두 3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깨끗한 정부를 지향하려는 국가의 의지가 투철한 이때 이와 같은 대형비위가 발생한 것을 국민 모두는 가슴 아파한다. 공직자사회의 정화의지와 청렴 생활에 대한 결의가 굳어져 가고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의 마음이 일순간에 배반당한 것 같아 착잡한 심정마저 든다.
특히 이번 사건의 성격이 중대한 것은 보기 드물게 차관급의 정부고위직 인사가 구속됐다는 점과 청탁을 받은 대법원장 비서관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을까 하는 우려다. 보도에 따르면 외화일반출 사건에 관련된 두 피고인이 청탁대로 그후 보석이 허가됐다는 점에서 어떤 여운이 뒤따를 수도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비위가 발생한 시기에 주목하게 된다. 철도청 부정사건은 81년 7월부터 82년 8월 사이에 일어났고 대법원장 비서관 수뢰사건은 82년 8월에 일어났다.
이때는 바로 정의사회를 구현하자는 국정지표에 따라 사회 각분야의 정화운동이 한참 벌어질 때였다. 특히 공직자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의식개혁운동도 활발하던 때였다.
결국 이 같은 사회운동을 조롱이라도 하듯 일부 공직자는 뒷전에서 옛날의 타성대로 뇌물을 받아 사리를 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나를 미루어 열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이 과연 이같이 비뚤어진 공직자가 이번에 적발된 경우밖에 없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이 같은 생각은 그 동안의 열화 같은 정화의지를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돌리는 매우 두려운 짐작이지만, 그만큼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준 충격이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보고 국민의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은 이번 비위의 성격이 이른바「생존형」 이 아니고「축재형」또는「입신영달형」이었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질러지는 부조리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엄한 문책이 뒤따르는 이때 이번 같은 축재형 부조리에 어떤 응보가 뒤따라야 할 지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국민의 발전의지를 저해하는 각종 법령은 순차적으로 개정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이에 더한층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준공검사를 잘 봐 달라」는 뜻은 도대체 무엇인가. 부실공사를 눈감아주는 것이라면 철도완공 후 대형교통사고를 낼 소지마저 있다. 또 제대로 시공을 하는데도 공연히 철도공무원이 시공업자를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이야말로 국민의 발전의지를 조장하기는커녕 이를 좌절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정부공사에 대한 합리적인 감독기준을 다시 만들어 민폐의 소지를 없애고 근본적으로 저렴한 공사비책정으로 인한 무리한 공사집행을 없애야 한다.
아울러 철도청은 물론 모든 국영기업의 건전한 운영을 꾀함으로써 부정발생의 여지를 막는 일도 중요하다. 철도사업이 해마다 막대한 적자를 내는 한가지 원인도 이 같은 부정공직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행정부의 고위직 인사와 사법부의 핵심에 근무하는 공직자가 비위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일단 정부의 체면을 깎은 일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같은 부조리를 숨기지 않고 과감히 공개 리에 척결한 망국의 높은 의지에 대해 국민은 일말의 안도감을 갖는다. 고위층의 결단파 수사진의 용기도 아울러 높이 평가한다.
비록 정신 못 차리는 공직자가 아직도 이곳 저곳에 있지만 국가의의지가 깨끗한 사회를 향해 부단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고 또 이것이 수시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 다시 한번 기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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