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이버 위협,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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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 18일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과 위협에 대해 “심각한 국가안보 사안”이라고 선언하고 보복을 시사했다. 사이버 위협을 테러 수준의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19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 해킹을 “북한이 지휘했다”고 결론 내렸다. 외신들은 보복 방향을 놓고 “미국 정부로선 사이버 보복, 금융 제재, 미군의 한반도 추가 전개 등과 같은 방안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과 위협이 동북아 안보문제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파괴적 공격이 적절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국제 공조가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해킹을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주장을 관철하려는 사이버 위협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테러다.

 사이버 전력은 저비용·고효율의 21세기형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집단이 마음먹고 사용하면 국제사회에 핵이나 자폭테러 못지않은 위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망은 현대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인류 공동의 인프라다. 이를 악용해 사이버 테러 활동을 벌이는 것은 국제사회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이 문제를 유엔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권 탄압에 국제사회가 제재하듯이 사이버 테러를 벌인 국가·집단에 대해 유엔이 나서서 인터넷 사용 규제 등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반대그룹의 해킹을 당해 원전 설계도 등의 기밀이 네 차례에 걸쳐 유출됐지만 속수무책이다. 국가기간시설인 원전의 사이버 보안이 이토록 취약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국제 공조에 나서는 한편 사이버 전쟁·테러에 대비하는 위기관리법을 신속히 제정·정비하고 보안 전문가를 충분히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