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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같은 양의 핵연료로 60배나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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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스가 갖고있는 첨단기술의 하나인 고속증식로. 세계적으로 다른나라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앞서있기 때문에 보안유지도 첨단적이다. 기자가 프랑스 원자력청에 취재신청을 냈을때 『공식으로 인정된 사진4장은 줄터이니 카메라휴대는 절대 금하며 취재지역도 상당한 제한이 가해진다』는 얘기가 첫번째 반응이었다. 프랑스남부 론강가 마르클르에 건설된 페닉스 원자력발전소는 1968년말에 착공, 73년12윌에 완공됐으며 시험기간을 거쳐 74년7월부터 정상발전을 시작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착공에서 가동까지 5년반이 걸린 이 발전소의 총공사비는 6억2천만프랑(약6백82억원), 발전용량은 2백50MW(25만kw)다.
원자력발전의 획기적인 혁명으로 프랑스가 자랑하고 있는 페닉스 원자로는 프랑스원자력청(CEA)이 단독개발한 것으로 상업용으론 세계최초의 고속증식로(FBR)다.
재래식원자로인 가압경수로(PWR)가 핵분열 때 생긴 열의 매개체로 물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중식로는 액체금속 나트륨을 쓴다.

<착공후 5년반 걸려>
핵발전로의 열매개체로 물을 쓸 경우 핵연료인 우라늄(U235)을 3년마다 약3분의1씩 갈아주어야 하나 나트륨을 사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가압경수로는 3년쯤 가동하면 장전한 핵연료의 3분의1 정도가 폐기물이 돼버리나 증식로는 천연우라늄을 그대로 쓸 뿐 아니라 이를 「재생」해서 쓸수도 있다.
고속증식로는 핵발전을 할 때 같은 양의 핵연료로 현재 보급돼있는 가압경수로 보다 약60배 이상이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같은 전력을 얻는데 핵연료를 60분의1이하로 줄인 「핵연료 절약형」원자로다. 최초의 고속증식로를 페닉스(불사조)라고 명명한것도 이 때문이다.
고속증식로의 시범케이스로 건설된 페닉스 원자로의 그동안의 가동실적은 앞으로 이같은 고속증식로의 발전과 보급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던져주고 있다고 특허권자인 프랑스원자력청은 장담하고 있다.
페닉스원자로의 설계가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원자로의 운전과 관리유지가 손쉽고 안전도도 높다는 설명이다.
페닉스원자로 기술자들은 정상가동 이후에 발생했던 두 차례의 사고에서도 특별한 수리가 따로 필요없었음을 예로들어 나트륨으로 인한 화재가 탄화수소로 인한 화재보다 덜 파괴적임이 증명됐다고 말하고있다.
증식로의 경우 나트륨이 독보적인 요소가 됐다는 주장이다.
페닉스 원자로의 성공에 따라 프랑스는 보다 큰 규모의 제2의 페닉스인 『쉬페르 페닉스』를 현재 건설중에 있다.
중부지방인 리옹시 근처 크레 말빌르에 짓고있는 쉬페르 페닉스는 발전용량 l천2백40MW(1백24만kw)로 해방전 수풍수력발전소의 1천MW를 능가하는 규모다. 79년말에 착공, 지금 준공을 서두르고 있다.

<우라늄 재생사용도>
다만 독자적인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했던 페닉스 원자로와는 달리 쉬페르페닉스는 기술은 프랑스원자력청이 여전히 맡았지만 건설은 프랑스·이탈리아·서독의 합작투자로 이루어지고 있다.
당초 시범케이스로 건설했던 페닉스원자로의 경우 안전도에 치중하느라 과잉설계됐으며 이때문에 같은 규모의 가압경수로 건설비보다 1.5∼2배이상의 경비가 소요돼 쉬페르 페닉스에선 자본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합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페닉스에 이어 쉬페르 페닉스마저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나트륨을 사용한 프랑스의 고속증식로는 핵연료수급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전세계 우라늄매장량은 5백1만3천t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제외)으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10년동안은 핵연료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0년의 지역별 우라늄 예정생산량은 아프리카 2만1천5백, 미국 2만1천l백, 캐나다 1만6천2백, 호주 1만4천2백, 서구 5천6백, 남미 2천2백, 아시아 5백t등 모두 8만1천3백t이다.
반면 예정수요량은 미국 1만9천8백, 캐나다 1천4백, 남미 3천2백, 서구 2만5천8백, 아프리카 3백, 일본 5천9백, 아시아 3천3백t등 대략 5만9천7백t으로 핵연료수급은 큰 문제가 안된다.

<연료부족 해결가능>
그러나 서기2000년에 들어서면 에너지 문제해결을 위해 핵발전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핵보유국이 20∼30개국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핵연료의 확보가 손쉽지 않게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욱이 가봉·캐나다·호주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양질의 천연우라늄의 경우도 일반원자로에서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235의 함유량이 0.4∼0.7%에 불과, 우라늄235의 함량을 3∼3.5%로 높여야 하며 현재의 기체확산법에 의한 우라늄농축경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천연우라늄을 쓰는 원자로의 보급은 불가피하게 대두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가 증식로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핵연료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증식로 부문에서 프랑스가 미국을 l0년이상이나 앞서있는 것으로 자체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카터」전대통령의 핵비확산정책으로 증식로 개발을 중단했던데 비해 프랑스는 이를 꾸준히 추진해 온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도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다.
핵발전소 건설때마다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됐으며 지금 짓고있는 쉬페르 페닉스에 대해서도 폭발물투척등의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프랑스국민들의 핵발전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레의 조사결과론 3명중 2명이 핵발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반응도 호의적>
이는 프랑스가 수요에너지의 67%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석유와 가스·석탄대금만도 연1천6백20억프랑에 달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너지수요는 현재 석유가 49.3%, 석탄 17.7%, 천연가스 l3%, 핵발전 10.3%, 수력발전 7.9%, 기타에너지l.8%로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1990년까지는 핵발전 에너지를 27%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석유의존도를 32%, 석탄 13%, 수력발전 의존도를 6%이하로 떨어뜨릴 에너지수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원자력발전으로 에너지의 외국의존도를 대폭 줄여보겠다는 계획이다.
82년현재 프랑스의 원자력발전량은 34기의 원자로에서 2만5천3백MW(2천5백30만kw)가 생산 가능하며 계획대로 원자로 건설이 추진되면 1990년에는 원자로가 57기로 늘어나 발전용량은 지금의 2배인 5만6천1백MW로 대폭 증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l990년대에 이르면 보유원자로가 10기 이상에 달할 것이 분명한 만큼 핵연료확보문제가 불가피하다.
이때가면 한국도 핵연료 절약형원자로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므로 지금부터 고속증식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기술을 축적해 두는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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