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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인간사슬식 방어 기동·첨단형으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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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방개혁의 초점은 군 구조의 단순화.기동화.첨단정보화다. 남북관계 개선과 21세기 안보 환경에 맞게 군을 바꾼다는 것이다. 군은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식 사단.군단 중심의 병력집약적 후진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군사 기술의 발전으로 무기와 정보체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줄어들 소지가 높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군 개혁은 대세다.

국방개혁의 일차 목표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시스템의 발전에 맞춰 '병력집약형'군의 살을 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전선을 담당하는 전방 육군 사단의 경계 폭은 20㎞ 정도다. 그런데 이 좁은 구간에 1만3000~1만4000명의 병력이 포도 송이처럼 몰려 있다. 군 관계자는 "비무장지대에 1개 사단당 6~8개, 모두 80여 개 전방소초(GP)가 '인간사슬식' 방어선을 만들고 있다"며 "북한군 GP 수의 절반 이하지만 이를 관리.유지하는 데 많은 부담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무인정찰기 등 정찰감시장비와 신속한 지휘를 위한 통신시스템이 발전하며 작전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 비추어 이 같은 '병력 소비형' 구조는 개선 대상 1호로 꼽혀 왔었다. 개혁안은 사단.군단을 첨단형으로 개편하고 기동성을 높여 방어 지역을 넓히면서 동시에 병력은 줄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1.3군으로 나뉜 육군의 전방 군사령부를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 대장 한 명과 군사령부 한 개를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휘 단계의 단순화를 통해 신속한 작전 지휘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지작사령부는 98년 국민의 정부 때 창설하려 했다가 부대 지휘에 필수 설비인 육군 전술 C4I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미뤄졌다. 해군의 전단과 공군의 전대를 없애는 것도 단순화다. 병력 18만 감축은 '군 슬림화'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다.

이처럼 '살 빼기'를 통해 마련되는 재원은 인력 감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백을 보강하는 데 집중 투입된다. 첨단무기를 갖추고 병력을 정예화함으로써 전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만기 제대 사병인 병장에게 '월급을 대폭 인상해' 근무를 계속시키는 유급지원병제는 전투력이 왕성한 병력을 최대한 확보, 전투력을 높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특히 징집제인 한국군의 병력 자원 확보 구조를 지원병제로 바꾸기 위한 예비 조치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그럴듯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에 들어갈 100조원이 넘는 국방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숙제다. 현재 국방비 수준으론 어림도 없어 공허한 계획이 될 수도 있다. 또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거나, 정확한 검증 없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전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안보 전략이나 국방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분명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개혁 강행은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합참 및 각군 참모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한국적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군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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