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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토건은 어디로 가나|새 주인 찾는 「빚더미5천억 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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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신 재강이 포철에 넘어간데 이어 공영토건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장 사채파동에 휩쓸려 난파했던 2개 사가 겨우 수습되고 있는 것이다. 일신이 분해처리로 비교적 간단히 처리된 반면 공영은 시작부터가 입장이 달랐다. 해외건설업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살려야한다」는 것이 대 전제였다. 잔뜩 벌여놓은 국내의 공사를 원만히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법정 장리로 회사를 살렸다. 그러나 건설회사를 법정관리로 잘 꾸려나간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어서 더 큰 구멍이 나기 전에 주인을 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공영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벌어놓은 수주잔고는 3억5천만 달러 어치. 작년6윌 정부의 판단으로는 이 공사를 원만히 끝낼 경우 4천만 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이제는 잘해야 7백만 달러정도라는 것이 주거래 은행측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익에 대한 기대는 고사하고 작년11월 이후부터는 당장 자금계획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종래의 방법으로 끌고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쯤 되자 정부·은행 등이 다급해졌고 공영을 맡아서 책임 있게 경영해 줄 제3의 인수기업을 찾아 나섰다.
경영악화의 주 요인은 역시 주인부재의 법정 관리에 있다.
현재 법정관리 대리인으로 경영책임을 맡고있는 우재구 사장도 이 같은 고충을 여려 차례 토로했다.
우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징발되다시피 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건설회사를 장기간 위탁 경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건설회사는 「리스크」가 많으므로 강력한 주인이 책임 경영을 해야한다.
물려 있는 상업은행 쪽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손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실력 있는 기업인이 인수해주길 희망했다.
문제는 과연 누가 이 빚더미 공영을 맡겠다고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은행 빚만 해도 현금 대출금 3백억 원, 지급보증 2천4백억 원, 여기에 장여인 사건에 휘말린 견질 어음까지 포함한 사채1천4백억 원 등을 합치면 무려 5천억 원을 넘는다. 물론 지급보증 빚이야 공사를 원만히 치려나갈 경우 크게 줄어들겠지만 문제의 사채는 인수기업이 떠맡아야 한다.
따라서 인수교섭을 받은 여러 유명건설업체들은 대부분이 사양했다. 1백50억∼2백억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동해생명을 끼워 준다고 하지만 도저히 수지가 안 맞는 상담이다.
인수교섭은 현대·미륭·한보 등에도 갔으나 현재 대우가 거의 확정적이다.
작년12월부터 적극적인 교섭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가 점 찍힌 것은 재무구조면에서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공영을 살리기 위해선 대우의 경영수완이 안성맞춤이기 때문.
대우로서도 솔깃한바가 없지 않다. 빚 문제만 적당히 조정될 경우 공영의 인수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권을 확보할 수 있고 끼워주는 동해생명 역시 평가액으로 가늠할 수 없는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리비아에만 편중 진출해 온 대우가 중동시장의 메카인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권을 보장받게된다면 오랜 숙원의 하나가 이뤄진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지난 연말부터 증시루머로 번지기 시작했고 1백원짜리의 공영주가는 삽시간에 갑절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7, 8일 김우중 회장이 재무부장관과 건설부차관을 만나 장시간 요담을 가진 것이 때맞춰 이 같은 루머를 뒷받침해줬다.
어쨌든 대우 측이 공영을 인수키로 결정하기까지에는 단순한 경제적인 수지타산 이상의 차원에서 판가름이 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엄청난 빚더미를 어떤 조건으로 떠 안느냐는 것이다.
관계자들의 시산에 따르면 진행 중인 공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고 해도 은행부채가 1천억 원 가량은 남을 것이고 여기에 사상 l천4백억 원과 밀린 세금4백억 원 등을 합치면 최소한 2천8백억 원 정도의 빚을 인수기업이 떠 안아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빚 부담 때문에 대우가 인수하더라도 공영에 대한 법정관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빚의 처리문제는 법원이 늦어도 2월초까지 확정키로 한 회사정리계획 안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이고 대우도 이 결정에 따라야 한다.
어쩌면 회사정리 계획안 자체가 대우든 어떤 기업이든 간에 인수기업의 형편을 고려해서 짜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우의 인수계획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당장 주식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공영이 법정관리 하에 있으므로 법원이 법정관리 대리인을 대우 계의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 첫 번 째 단계로 예상된다.
복잡한 법적 절차나 미결사항은 차차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우선 당장 공영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우 쪽에서도 빚 문제에 대해 충분한 타협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지분인수를 가급적 미루려 할 것이다.
어쨌든 김우중씨 개인으로 볼 때는 한국중공업이후 두 번 째의 시련을 자의 반·타의 반으로 겪게되는 셈이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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