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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대입결전<1>눈치·배짱 안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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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대학입학 수험생들은 이제 자신의 내신 및 학력고사 성적과 함께 전국등위까지 알게돼 본격적인 합격작전에 들어간다.
3년간 쌓아온 내신 성적과 있는 힘을 다해 따낸 학력고사 성적에 비추어 손해보지 않으면서 합격의 영광을 쟁취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할 시점에 선 것이다.
대입학력고사와 고교내신성적만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고, 그것들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현행 대학입시는 수험생 자신이 대학과 학과를 얼마만큼 잘 선택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앞으로의 선택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따놓은 점수 못지 않게 중요하다.
모험도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일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를 비슷한 점수대의 모든 수험생이 지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중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법대는 지난 입시에서 학력고사 등위 6백 3등에 해당하는 2백98점까지가 입학할 수 있었고 합격이 가능한 점수 대에서 모집인윈 3백64명의 70%에 해당하는 2백39명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이 같은 현상은 모든 점수 대에서 비슷할 뿐 아니라 중위권과 하위권에서는 오히려 더 심하게 일어났던 것이 지금까지의 입시경쟁 판도였다. 82학년도 입시에서 61개 전기대 모집인원 16만명에 해당하는 점수 대는 1백95점이었지만 실제로 밝혀진 합격점은 종합대에서조차 그 2·5배의 등위에 해당하는 1백50점 대가 많았다.
수험생들은 경쟁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지례 겁을 먹거나 눈치에 자신의 선택을 맡겨버리기보다는 소신을 갖고 능동작전을 펴나가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입시세도의 메커니즘을 확실히 파악해야 하지만, 문교부가 내놓은 학력고사성적 득점 분포 표와 입시전문기관 등이 작성한 지원기준 표를 정확히 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득점 분포>
이번 학력고사성적 누가 분포 표가 보여주는 수험생 성적분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상 유례 없는 고득점사태다. 3백점 이상만도 6천3백18명으로 이는 72년 제도가 생긴 이후 가장 많았던 80년 4천48명보다 50%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8백27명의 무려 7·5배에 이르는 숫자다.
또 서울대 총 모집인원 6천5백26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난해 2백50점 대와 2백60점 대 등 중상위층을 중심으로 중하위층에 번졌던 지원 불안이 이번 입시에서는 고득점 층에까지 파급될 것 같다. 2백70∼2백80점 대면 비교적 자신을 갖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고, 3백점 이상이면 안심하고 원서를 냈던 지난해와는 달리 3백점까지도 엄청난 경쟁을 각오해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득점자 층에서 여성세가 크게 진출한 것은 두드러진 현상이다. 3백점 이상 득점자 6천여명 중 여자는 전체의 20%에 이르는 1천1백52명. 82학년도에는 8백27명의 10%미만인 81명이었고 81학년도에는 1천8백82명의 4%선인 83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대를 비롯, 연대·고대 등 명문대 남자지원자는 어문계·교육계·역사계열 등 여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학과에서 특히 어려운 경쟁을 하게됐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력고사 성적이 같을 때 내신등급은 여자고교에서 높기 때문이다.

<지원기준 표>
원서를 작성할 때 가장 손쉬운 참고 자료는 신뢰성 있는 입시전문기관이 작성한 대학학과별 지원기준 표가 될 수밖에 없다. 3년째 매년 바뀌는 전형방법에 맞춰 수험생이나 진학지도교사가 개별적으로 합격가능 점수를 예상하고 지원기준을 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전문기관이 작성한 지원기준 표 역시 지금까지의 합격자 평균 점수, 수험생들의 지원추세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완전히 합격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미 손에 쥐어진 성적으로 대학을 고르는 수험생들의 움직임은 나날이 변하고 아무도 그 다이내믹한 심리적 변화를 1백% 예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험생이 지원에 대한 소신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면 담임교사나 부모와도 상의하면서 최종 결단을 내리는 게 가장 믿을만한 참고자료임에는 틀림없다.

<1장의 원서>
올해 입시는 몇 가지 점에서 지난해와 다른 방법으로 치러진다. 원서는 l장이다. 2개대 지원 1개대 응시가 1개대 지원1응시체제로 바뀐 것이다. 지원 과정에서의 망설임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지게 됐다. 원서를 접수하면서 수험생들은 갑절의 부담을 느낄 것이다.
수험생 각자는 나만이 갖는 불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모두가 갖는 고민이고 고득점자 사태가 난 올해의 경우 상위권득점자도 예외는 아니다. 「희망대학」과「합격대학」으로 나누어졌던 원서는 「합격대학」 또는 「합격학과」로 단일화할 우려가 올해는 그만큼 많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고득점자가 많았던 81학년도가 그보다 고득점이 적었던 82학년도보다 미달이 많았고, 고득점이 적고 중상위 권으로 득점자 폭이 두터웠던 2백50점대 수험생 지원가능 대학이 82학년도의 경우 오히려 실질적으로 미달을 빚었던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동점대가 많으면 무조건 도망가는 심리가 선시험-후지원에서는 정도의 차는 있지만 불가피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배짱지원은 합격 선에 들더라도 「수학능력부족」, 졸업정원제에 의한 중도탈락 등 장애물이 많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안전위주지원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지난해 입시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방분교에서는 오히려 낙방하고 2, 3지망으로 명문분교에 합격한 예가 이를 입증한다. 고득점자의 폭발과 1장의 원서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단수지원이 겹쳐 올해는 특히 명문대 미달 우려가 더욱 커졌다. 결국 지나치게 안전을 택한 지원이 「희망대학」도 잃고 「합격대학」에서 조차 낙방하거나 4년을 버티기 어려운 학과에 다녀야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1장의 원서를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과단성이 필요할 것 같다.

<학과별 모집>
단수지원과 함께 각 대학이 모집단위를 더욱 세분, 대부분의 대학이 학과 별로 신입생을 뽑는 것도 올해 입시의 특징이다. 대학 내 복수지망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수험생들로서는 해마다 모집단위별 예상 합격 선을 새로 정해야하는 불편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복수 지망제를 잘 활용하면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전 인원을 학과별로 뽑았던 연대의 82학년도 입시결과는 2, 3지망합격자가 총 모집인원 5천1백74명(원주 분교 포함)의 11·4%에 해당하는 5백90명에 이르렀고, 복수지망 합격자가 2O%를 넘는 학과만도 20개가 넘었다.
올해의 경우 특히 동점자가 상위권에 많은 성적분포에서는 2지망이나 3지망학과는 예상합격선 점수 차가 큰 곳을 택해야겠지만 활용을 잘 하기만 하면 합격보조장치가 될 것은 틀림없다.

<내신성적>
상위권에서의 동점자 대폭 증가는 또 이번 입시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숨겨져 있는 내신성적을 서로가 알기 어려운데다 올해부터 처음으로 3년간 성적이 반영돼 학력고사 성적과 상관관계마저 희박하기 때문에 상대방 전력탐색이 그만큼 어려워졌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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