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아무리 흘러도 철부지아이처럼 문학에 탐닉|오정희<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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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등단15년. 언제나 신인작가와 같은 패기와 열의로소설을 쓰겠노라 공언하지만 연륜이나 30대후반이라는 나이로 보아 내인생의 획이 그어지는 시기다.
명창도 첫소리는 서투르게 내는 법이라고 자위하며 새로운 결의로 신년계획을 다진다. 우선 원고약속은 꼭지킬것. 그리고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이 잡혀가는 긴소설의 취재와 집필에 많은 시간을 들일것이다.

<10년후>
40대 장년의 나이에 이른다해도 전력을 다한다면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굳게믿는 점에서 나는 영윈히 철부지아이일 것이다. 문학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필생의 작품을 쓰겠느라, 나는 끙끙거리면서 원고지를 앞에두고 글로 담으려 애쓸것이다.

<20년후>
아이들은 자라서 나의 곁을 떠나려 할 것이다. 또 나는 그이후부터 노년에 따르는 지병을 한두가지 지니게되고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질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문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와 더불어 노인의 지혜와 덕성을 얻는다면. 그리하여 진정좋은 사람이 된다면 더 바랄것이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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