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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자중지란 … "여당 못하지만 야당엔 정권 못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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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 2년간 제대로 된 대안세력의 모습을 보여줬을까. 야당 의원들 스스로도 이런 물음에 “그렇다”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비선 실세’ 논란의 와중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권에 따끔하게 인적 쇄신을 촉구하지도 못했고, 언론보도를 보고 논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 일정만 붙잡고 “운영위원회 소집과 국정조사, 특검에 응하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음이 내년 2·8 전당대회에서 어떤 계파가 당권을 잡는가에 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전대를 앞두고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비노무현계 의원들은 17일부터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3인의 동반불출마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곧 성명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비노그룹 조경태 의원은 문·정·박 세 의원을 향해 “‘빅3’는 무슨 ‘빅3’냐. ‘겁쟁이 3형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야당은 대선패배 직후 지금까지 계파갈등으로 인한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상당한 시간을 허송했다. 그런 충돌이 전대를 앞두고 재연될지 모른다. 합의 추대해서 세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까지 계파갈등으로 인해 2개월밖에 끌고 가지 못하고 다시 비대위 체제를 구성해야 했던 야당이다. ‘추장(酋長) 회의’라는 말을 들어 가면서 계파수장 연합체 형태의 ‘문희상 비대위’를 구성한 뒤 잠시 계파전을 가라앉히는 듯했지만 전대를 앞두고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계파갈등의 이면엔 늘 ‘야당 강경파’가 있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두 차례의 여여합의를 뒤집고, 박영선 비대위 체제를 무너뜨린 ‘야당 강경파’란 단어는 어느덧 지난 2년간 보통명사화했을 정도다. 국면마다 ‘친노’가, ‘비노’가 강경파가 되곤 했다.

 강경파의 득세는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다. 강경파와 선을 긋겠다던 김한길 전 대표는 자신이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100일간 노숙투쟁을 했다. 비전이나 정책보다는 옛날식 ‘정권심판론’만을 앞세웠다. 그 결과는 올해 열린 6·2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의 연패로 나타났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은 “계파갈등의 근본 원인은 야당 인사들이 시대적 감각을 잃어버린 데 있다”며 “여전히 80년대식 민주화 시대의 감수성과 가치에 머물러 있으면서 말로만 대안이 되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대안정당 부재론’이 부각되며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끈 자유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인천대 이준한(정치학) 교수는 “한국의 경제가 일본을 답습한 것처럼 정치도 비슷한 경로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여당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야당에 맡기면 더 어렵게 된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면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야당은 큰 길을 놔두고 매번 시빗거리를 찾아 샛길로만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FTA(자유무역협정)와 해군기지 문제,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여당이 추진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비전은 없고 반대만 하는 자기모순 정당이 어떻게 수권정당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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