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여종업원이 2천원들여 법정투쟁|품삯 1,700원 받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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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방에서 일하던 억척아줌마가 밀린 품삯1천7백원을 법정투쟁끝에 찾아냈다. 하찮은 액수였지만 땀흘려 일한 귀중한 댓가였다. 대부분 쉽게 포기하고마는 「소시민의 작으나 떳떳한 권리」를 끝까지 지킨것이다. 서울민사지법 채태병판사는 24일 서정희씨(31·여·서울이문2동257의188)가 김모씨(서울관훈동172)를 상대로 낸 노임청구소송에서 『피고 김씨는 원고 서씨에게 밀린 임금 1천7백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씨가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지난9월. 인지대 17원과 송달료등 소송비용은 소가보다 많은 2천원이 들었다. 청구액수가 너무 적어 소장을 접수할때 법원직원들이 『잘못쓴게 아니냐』 『이까것 소송을 해서 뭘하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을 가진 서씨는 76년 결혼하여 미국에 건너가 텍사스주등에서 5년동안 살다 지난해 6월 가족을 방문하기위해 고국을 찾았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살았던 이문3동 집은 철거된지 오래여서 수소문으로 친정어머니(50)를 찾아내느라 5개월이나 걸렸다. 겨우 찾아낸 가족이었지만 대들보였던 남동생(24)마저 병이 들어. 생계가 어려운것을 보고는 뿌리치고 미국으로 떠날수도 없었다. 귀국때의 여권이 여행목적 1개월 체류로 되어있어 기간이 지난지도 오래였다.
이때 서씨가 가족을 돕기위해 돈벌이를 한다고 찾은곳이 피고 김씨가 경영하는 요정형태의 음식점. 이곳에서 1주일간 일한 서씨는 추석을 맞아 어머니와 동생에게 선물을 주려고 1주일분 노임을 식담주인 김씨에게 요구했다. 일한 날자와 시간으로 따져 스스로 계산한 1주일치의 임금액수는 2만1천9백원이었으나 식당즉은 『다음에 주겠다』고 미뤘다. 실랑이 끝에 겨우 2만원을 받아냈지만 식당주인은 나머지 1천9백원은 줄 생각도 않는것 같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식당측이 이돈을 안주고 『마음대로 하라』고 버티자 소송을 냈던것.
서씨는 식당에서 일할때 차비가 없어 주인에게 시내버스 토큰 1개를 빌어쓴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2백원으로 인정해주고 1천7백원만 요구한것이다.
피고 김씨는 한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은 서씨의 청구를 모두 인정했다.
『물른 처음에는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요. 액수야 적지만 내권리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결코 다른 사람이 지켜줄수없다는 생각때문에 소송을 안할수가 없었읍니다.』
서씨는 사소한 권리라고 포기하기 시작하면 점검 더 큰 권리도 찾을수 없게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권리를 인정받았으니 정작 1천7백원이야 안받아도 괜찮습니다. 집안일을 조금더 돕다가 동생의 병세가 호전되는 대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지요.』
뜻을 이룬 서씨는 이제 현실적으로 나타난 기간 넘은 여권때문에 미국으로 가야할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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