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처방전 그대로 조제 약사에게도 피해 배상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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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의사의 잘못된 처방전을 약사가 그대로 조제해 환자가 피해를 보았다면 약사도 의사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11부는 1일 부인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뒤 호흡곤란 증세로 숨진 최모(당시 34세)씨의 유족이 약을 처방한 의사 김모(49)씨와 약을 조제한 약사 김모(58)씨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의사와 약사는 함께 1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씨 사망원인은 동시에 투약하면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두 가지 금지 약물이 처방됐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위험성이 제품설명서 등에 명시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의사.약사 모두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약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의사 처방에 금지 약물이 있었다면 이를 발견해 조제 전 의사에게 확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망한 최씨가 복용한 약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부정맥 등의 부작용을 우려, 1992년부터 동시투약을 금지한 테르페나딘과 케토코나졸이라는 두 가지 성분이 포함됐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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